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하편 - 공부 욕심이 두 배로 생기는 발칙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리우스위엔 그림,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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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드라마 <멜랑꼴리아>를 보면서 아름다웠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수학 천재인 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칠판에 빼곡히 수학 풀이를 적어가는 장면인데, 밤새도록 풀지만 끝내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선생님이 "이 문제랑 사랑에 빠지지마. 수학 문제를 못 푼다고 불행해지는 게 아냐"라고 말하자, 

학생은 "그럼 왜 문제를 증명하려고 해요?"라고 되물었고,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동안 떨림, 흥분, 불안. 그런 순간이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어요.

우와, 소름 돋았어요. 수학 문제를 빼고 거기에 무엇을 대입하든, 진심으로 떨림의 순간을 경험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솔직히 칠판에 적힌 풀이를 하나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온전히 몰입하여 풀어가는 모습에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봤어요.

현실에 이런 수학 선생님이 계실까요.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의 저자 천융밍은 50년간 수학을 가르쳤으며, 수학대중서를 집필하여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를 통해 수학 사랑을 전파하고 있어요.

이 책에는 함수, 확률, 조합과 마방진, 집합과 논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요. 유명한 수학자들 중에는 괴짜가 많은 것 같아요. 

페르마가 책 모퉁이에 "나는 이미 증명했지만 여백이 부족해..."라는 글을 써서 수백 년 동안 수학자들을 들볶았는데, 그와 비슷한 일화가 있었네요. 영국의 수학자 하디가 덴마크에서 영국으로 급히 귀국하려고 작은 배를 타야 했는데, 탑승 전 다른 승객들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걸 보고 그는 부둣가의 우체국에서 엽서 한 장을 구입해 유서를 썼다고 해요. "나는 이미 리만 추측을 증명했다!" (55p) 다행히 배는 영국에 무사히 도착했고, 엽서도 친구이자 과학계의 권위자인 물리학자 보어에게 전해졌어요. 그는 왜 이런 엉뚱한 유언을 적은 엽서를 보낸 걸까요. 하디는 보어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대요.

"내가 탔던 배가 침몰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내가 리만 추측을 확실히 증명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네.

그렇게 되면 나는 그야말로 만세에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 거야. 

나는 하느님을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일세. 

그러니 하느님이 정말로 있다면 나를 이렇게 '영광스럽게' 죽도록 보트를 침몰시키지는 않을 거야."  (56p)

완전한 반증법을 보여준 수학자의 유머였던 거죠. 그렇다면 리만 추측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리만은 자신의 논문에서 명제를 증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정했고, 이 명제는 후에 리만 추측으로 불렸어요. 리만 추측에 대해 어떤 이는 350만 개의 데이터를 검증했고, 수학자 돈 자이에와 엔리코 봄비에리는 3억 개로 내기를 걸었어요. 두 사람은 이 개수를 기준으로 3억 개의 영점 안에 반례가 생기면 리만 추측이 부정되어 자이에가 이기고, 반대로 리만 추측이 입증되거나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3억 대의 영점에 반례가 나오지 않으면 봄비에리가 이기는 결과였어요. 이 내기는 한 컴퓨터 수학자가 영점을 2억 개까지 찾아내어 영점이 모두 경계선이 있었기 때문에 자이에가 패배했어요. 그러나 수학은 3억 개의 영점에 대해 성립하더라도 이것으로 리만 추측이 옳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역사적인 난제인데, 수학자들은 리만 추측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역량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난제에 도전할 정도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책 속에서 들려주는 다양한 수학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는 있어요. 특히 게임으로 접근하면 푹 빠질 수도 있어요.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수학은 알싸한 양파처럼 열심히 까고, 또 까야할 것 같아요. 이래서 수학책을 자꾸만 읽게 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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