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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ㅣ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평점 :
며칠 간 심한 통증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콕콕 찌르는 통증에 잔뜩 예민해져서 주변을 돌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때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통에 굴복해버린 나약함을 탓하면서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더는 못 견디겠구나 싶었거든요.
다행히 고통의 시간은 지나갔지만 그 후유증이 남은 것 같아요. 통증은 그 자체로도 괴롭지만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립감이 주는 아픔이 있어요. 점점 나이들수록 낡아가는 몸과 정신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는데, 요즘 조금씩 삶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너보다 더 심한 사람 많아." '누구나 겪는 일이야." 하고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얼마나 모욕적인 일인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야만 고통을 털어놓을 자격이 주어지는가.
얼마만큼의 고통이 진짜 고통이라는 기준이 있는가. 모든 고통은 절대적이고 개별적이다.
그렇기에 고통을 상대 평가해서 그 강도를 평가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은 온전히 그 사람이 느끼는 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 나 스스로도 내가 겪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비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말을 잃어갔다.
내가 겪는 일들을 나눌 수 없게 되고, 표현할 언어를 잃으면서, 고통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 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정신을 차리게 한 것은 고통을 표현할 언어의 발견이었다. (208-209p)
저자는 어린 시절에 관절염 진단을 받았는데,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몸이 좀 약하다고 여겼나봐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저자는 출산 이후 손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으로 젓가락질도 힘들어지고, 고관절 통증으로 걷는 일도 어려워져서 병원을 찾았는데, 샤르코-마리-투스(이하 CMT)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어요. 이후 세 번의 수술과 재활이라는 힘겨운 시기를 거쳤고, 글을 쓰면서 치유의 힘을 얻었다고 해요.
이 책은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어요. 어느 정도 고통이 잦아들고 불안이 가라앉은 후에 쓴 글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글 행간에서 절박했던 심정이 느껴졌어요. 사실 누군가의 고통을 말로 전해듣는다면 온전히 공감하며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러나 글로 전하는 아픔은 타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내적 탐구의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질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글들이 자신만의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는 힘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책 표지에 그래픽으로 그려진 미선나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꽃말은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