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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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어요." 라는 말은 한 번도 쉽게 꺼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살다보면 정말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기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뱉는 건 뭔가 금기를 깨뜨리는 느낌이랄까.

항상 열심히 노력하라고만 했지, 포기해도 괜찮다는 건 배운 적이 없어서, 뭔가를 포기해야 할 때는 늘 자괴감에 빠졌던 것 같아요.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나...'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의 현실에는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이상하다는 거예요.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어." "인간도 동물이니까......" (8p)

인간은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에 개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한정된 양의 노력을 정말 필요한 곳에 쏟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에는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의 대표적인 예 51가지가 나와 있어요. 여기에 소개된 '어쩔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반대로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의 무기로 활용하면 되는 거예요. 


▶ 17 후회하는 건 어쩔 수 없다!

... 후회는 과거의 선택을 신경 쓰는 심리다. '상황이 나빠진 것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야'라며 반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므로 '후회하는 경향'이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다.

... 인간의 후회는 동물보다 복잡하다. 동물보다 과거의 경험을 훨씬 많이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수렵 채집 활동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후회했기에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경험에서 규칙성을 습득함으로써 과학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 유전자의 입장에서 후회란 하기 마련이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후회란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니 더 이상 후회하는 마음을 신경 쓰지 말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후회하는 마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포기하자. 미래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니까.   (106-109p)


반복적으로 '포기하자'라는 문구가 나와서 몹시 거슬릴 수도 있어요. 생물학적 요인을 근거로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주고 있으니 자포자기를 위한 책인가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오해예요. 쉽게 포기하기 위한 핑계거리가 되지 않도록 특별한 코너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다!>가 있거든요. 진화심리학에서 인류가 다른 종과 달리 진화할 수 있었던 요인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상상력과 협력성, 친화력 등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머리로 이루어진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와 의지가 있어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건 싫지만 아예 도전조차 못하는 건 더더욱 싫은 법이죠. 어쩔 수 없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조언을 계속 듣다보면 슬그머니 오기가 생길 거예요. 이건 마치 로고테라피에서 활용되는 '역설의도'라는 기법을 적용한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포기하는 태도가 도리어 강력한 동기 유발이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잘 할 수 있는 것만 잘해내면 된다는 거예요. 모든 걸 잘 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라는 책을 읽고나니,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가 쓴 기도문이 떠오르네요. 

원래 제목이 없었다가 나중에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라는 제목이 붙여졌다는데, 다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부디 지혜를 허락하소서.


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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