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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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무엇이며, 종교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워요. 남들이 아무리 설명해준들 내 안에서 납득되지 않으면 계속 겉돌기만 할 뿐이에요.

그래서 부족하나마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끝낼 수 없는 대화>는 예술 작품을 통해 종교와 시대, 이념과 현실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이 글들을 "한 작품에 대한 어떤 명쾌한 '해설'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시기와 공간, 서로 다른 맥락의 이야기들이 뒤섞인 생각의 편력에 가깝다" (16p)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제목처럼 그림으로 나누는 '대화'라고 여기면 될 것 같아요. 한때 예술의 길을 꿈꿨으나 가톨릭 사제가 된 저자는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노동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벗으로 만나왔고,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해왔다고 하네요.

원래 여기 실린 글들 대부분은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의 잡지 『분도』에 연재했던 것들을 다시 다듬고 보탠 것이라고 하네요. 편집자의 기획은 명화 속 교회사 명장면을 해설하는 것이었으나 저자가 세속화를 고집한 것은 예술에 대한 시선 때문이었대요.


"작품은 무릇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빛을 스스로 뿜어내는 법이다.

작품의 불멸성은 이런 의미에서 바로 저 비참한 첫 인간과 구원자나 다름없는 제자들 사이, 

생략되어 움푹 들어간 어둠 어딘가에 숨겨진 무엇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좀처럼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다.

마중물을 한 바가지 붓고서야 저 깊은 땅속 물들이 왈칵 딸려 올라오는 것처럼,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의 내력과 만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15p)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가 값진 마중물이 된 것 같아요.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1868)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에 대해 저자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당대 귀족들의 무지를 꼬집는 풍자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혁명의 끝없는 배신에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던 동시대 '무모한' 민중들과 도미에 자신에게 바치는 오마주 같다."라고 표현했어요. 뭔가 간결하고 강렬한 색감이 주는 애잔하고도 깊은 여운이 있어요. 하얀 말이 앙상하게 보이지만 결코 약해보이지 않는 건 작가의 굳은 의지를 담아낸 게 아닐까 싶어요. 

아마 똑같은 작품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겠지만 작가가 살았던 시대 상황을 알고 나면 본래 창작 의도와 근접할 수 있어요. 책에 실린 작품들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어요.

책 표지 그림은 귀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의 <대패질하는 사람들> (1875),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라고 해요.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들을 후원하는 미술품 수집가이자 인상주의 화가였는데, 미술품 수집가라는 위치가 그를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만든 장애물이었다고 하네요. 이 그림은 도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카유보트의 첫 작품으로 살롱에 선보였지만 심사위원으로부터 조잡한 사실주의라는 악평을 받았고, 다시 인상주의자 그룹전에 출품했을 때는 "저속하고 천박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조롱을 받았다고 해요. 그림은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작품의 가치를 덮어버린 거예요. 묵묵히 일하는 세 남자의 모습은 순수한 노동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을 예술로서 규정할 것인지,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묻고 있어요.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가 답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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