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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ㅣ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는 '표석 시리즈' 네 번째 책이에요.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은 서울의 풍경을 시대별로 나누어 표석을 따라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서울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학계에서 삼국시대 신라 때로 보고 있으며, 도읍의 명칭으로서 수도(京)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 오늘날의 서울이라는 말로 변했다고 해요.
이 책은 조선의 개화기에는 한성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으로 불렸으며,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수도가 된 서울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어요.
한성, 경성 그리고 서울까지 지도 위에 표시된 것을 보니 서울이라는 도시의 성장을 한눈에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근대적 도시화의 시작은 종로 길에서부터 명동 길, 용산 길, 영등포 길, 마포 길, 동대문 길을 따라가고, 현대적 대도시의 모습은 은평 길, 구로 길, 강남 길, 잠실 길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서울의 중심지 종로와 명동을 많이 왕래하면서도 표석을 눈여겨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표석 시리즈 덕분에 달라졌어요. 평범했던 길과 거리가 이제는 역사를 품은 특별한 장소로 변모했어요.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는 벤치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는데, 이 남자가 바로 염상섭이에요. 누구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 형태의 브론즈 좌상은 '횡보 염상섭의 상'이며 처음에는 1996년 종묘광장에 만들어졌다가 삼청공원으로 옮겨졌고, 2014년에 지금의 자리에 놓였다고 해요. 그가 왜 여기에 있을까요.
그는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서 태어났으며 항상 술에 취해 갈지자로 걸어 다닌다고 해서 횡보라는 호가 붙었대요. 1921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데뷔하여 1931년 장편소설 <삼대>를 발표하는 등 인간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로서 한국 소설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에요. 순 서울 토박이었던 염상섭에게 종로는 활동 무대였고 자신의 작품 속에도 생생한 공간으로 그려냈으니 그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네요.
벤치에서 일어나 교보빌딩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리면 '박인환 선생 집 터'라고 적힌 표석이 있어요.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이 1948년부터 1956년까지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했던 장소라고 해요. 1945년 말에 박인환이 종로에 세운 책방 '마리서사'의 위치가 탑골공원 인근 송해길의 종로3가 시작점인 대한보청기 옆 2층 건물로 최근 밝혀졌어요. 그 서점에서 아내를 만났고, 강원도 인제 출신인 박인환의 집터는 처가에서 마련해준 신혼집이었다네요.
마리서사 터에서 탑골공원 쪽으로 종로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 건너 YBM 영어학원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시인 김수영이 태어난 곳이에요. 마리서사는 김수영에게도 특별한 공간으로, 연극에서 문학으로 전환할 힘을 얻게 된 곳이라고 해요. 김수영의 글 <박인환>에서 인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당대 시인들에 대한 일침이었다고 해요.
<마리서사>에서 "우리 문단에도 해방 이후에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가장 자유로웠던, 좌·우의 구별 없던 몽마르트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39-40p)
서울 도심과 부도심 지역으로 나눠, 각 지도마다 표석들이 나와 있어서 색다른 역사 탐방 코스를 안내하고 있어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현장을 가보고, 박물관 혹은 기념관에서 역사적 자료를 찾아 보는 이유는 살아 숨쉬는 역사를 느끼기 위해서예요. 표석 시리즈를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표석을 통해 잊고 있던 역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올림픽을 치르면서 서울의 시그니처로 부상한 잠실 길은 화려한 개발 이면에 감춰진 그늘을 함께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잠실 개발이 진행될 당시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수많은 문화재들이 사라졌다고 해요. 석촌동 고분군이 백제의 중요한 왕릉급 무덤임을 확신했던 이형구 박사가 정부와 서울시, 문화재관리국(지금의 문화재청) 등에 건의서를 내고 설득하고자 노력했으나 공사는 강행됐어요. 뒤늦게 보존한 석촌동 고분군이 작게나마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지만, 만약 그때 이형구 박사의 건의대로 백제유적보존지구로 설정되었다면 놀라운 문화 유적지가 탄생했을 텐데, 참으로 통탄스럽네요.
현대 도시로서의 서울도 좋지만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서울을 기억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