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망원경 뒤에 선 마지막 천문학자들
에밀리 레베스크 지음, 김준한 옮김 / 시공사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천문학자의 모습이란 아마도 한밤중에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떠올릴 거예요.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고 하네요. 현대 천문학에서 천문학자들이 직접 망원경에 눈을 대고 관측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요.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망원경들 중 여럿은 아예 접안렌즈가 없으니까요. 천문학자들은 카메라나 다른 형태의 디지털 자료에 의존해 망원경이 무얼 가리키고 있는지 기록하며 연구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직업 천문학자인 저자도 접안렌즈를 끼운 망원경으로 에타 카리나 Eta Carinae 라는 별을 봤을 때 비명을 질러댔다는 거예요. 완전 좋아서 환호한 거죠. 직업 천문학자가 별을 보며 이토록 즐거워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그러한 마음이니까 평생 별을 관측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에타 카리나는 태양보다 수십 배는 더 무거우며 1800년대 초반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폭발하여, 방울 두 개가 서로 붙은 것처럼 생긴 아주 큰 가스 구름 가운데에 밝은 별이 있어요. 그 방울들을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 얼마나 황홀했을까요. 사진으로만 봐도 신비로워요.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시력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지구상 어디에서든 가능한 일이에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과 신비에 감탄하겠지만 그 정도에서 그칠 텐데, 천문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별이 어떻게 진화하고 죽어가는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려고 연구하는 사람들인 거죠. 그 열정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요.

이 책은 미국 워싱턴 대학교 천문학과 교수 에밀리 레베스크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라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저자는 과거 천문대에서 얼음장 같이 춥던 돔과 성가신 유리 건판, 망원경 수동 가이드, 눈알에 가해지는 전기 충격을 참아가며 관측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 모습은 마치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등대지기의 모습과 흡사했는데, 저자는 수도원에 비유하고 있네요. 실제 관측자들이 마라톤 관측을 하다보면 몇 주씩 산꼭대기 천문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는데, 1960년대 중반까지 여성들은 대표 관측자로 일하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해요. 과학계는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꽤나 보수적인 잣대로 활동을 제한하며 차별해왔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업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여성 과학자들이 있었으니, 저자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에요. 

현재 천문학은 관측의 진화로 프라임 포커스에 눈을 가져다 댈 필요가 없어졌고, 이러한 변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과거 천문 관측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때를 가장 좋았던 천문 관측의 기억으로 회상한다고 해요. 저자는 높은 위치와 추위, 방광 조절에 익숙해지고 나서 돔 안에서 망원경을 가지고 직접 관측하는 건 놀랍도록 평온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경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한 프라임 포커스 관측 시절의 습관 중 슬프게 잊혀가는 모습은 마법처럼 눈앞에 빛줄기를 마주했던 것이라고, 작가 리처드 프레스턴이 팔로마산 200인치 망원경 프라임 포커스에서 "손을 펼쳐 내밀면 별들을 한 웅큼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88-89p)라고 묘사했던 내용을 인용하고 있어요. 최첨단 기술이 훌륭하고 신속하게 별들을 분석할 수 있게 해주면서 프라임 포커스 케이지에 앉던 시대는 끝났어요. 바로 그 잊혀질 수도 있는 그 낭만의 관측 시절과 천문학자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로워요. 영화 속 천문학자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천문학자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쓰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창작하기 위해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듯,

맑은 밤 '자기만의 산'에 있는 망원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건 가슴 뛰는 일이다." ( 20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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