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숨 - 혼자하는 숨바꼭질
전건우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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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린 시절에 신나게 놀던 추억의 놀이가 최근 인기 드라마로 인해 공포 게임으로 바뀌었어요.

그 때문일까요, 추억의 놀이를 소재로 한 이 소설에 끌리고야 말았네요. 

그냥 재미있는 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네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놀이 속에 숨겨진 공포를 발견하게 됐어요.

얼음땡 놀이의 묘미는 술래에게 잡히기 전에 "얼음"을 외칠 수 있다는 거예요. 얼음이 된 친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어요. 술래를 피해서 다른 친구가 "땡" 하며 쳐주면 다시 움직일 수 있어요. 술래보다 달리기가 빠르다면 "얼음", "땡"을 외치면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요. 

전건우 작가님의 <얼음땡>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공포보다 더 끔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예요. 각박한 삶에 비관한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찰나 얼음땡 놀이에 소환되었어요. 누가 왜 그를 놀이에 초대한 것일까요.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주인공은 제법 멋진 소년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얼음" 상태로 멈춰 있는 것 같아서 절묘했어요. 현실에서는 주인공에게 "땡"하며 쳐주는 행운 혹은 희망이 없었던 거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에는 적어도 한 명 이상에게 그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알린다고 해요. 그래서 단 한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에서 자신을 붙잡아 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까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걸, 얼음땡 놀이가 알려주고 있네요. 

홍정기 작가님의 <혼숨>은 전형적인 공포 괴담이에요. 이야기만으로 머리털이 쭈뼛서는 것 같아요. 영화 <여고 괴담>이 떠오르는 학교 괴담인 데다가 요즘 즐겨 보는 <심야괴담회>에서 혼숨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이야기의 장면들이 자동적으로 그려졌던 것 같아요. 혼숨은 히토리카쿠렌보, 즉 혼자 하는 숨바꼭질의 약자로 일본에서 넘어온 강령술의 하나라고 해요. 귀신이나 유령을 믿지 않는 사람들는 강령술을 속임수, 가짜라고 여길 거예요. 중요한 건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강령술을 하려는 목적인 것 같아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악의적인 마음이 공포와 비극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는 귀신이나 유령보다 따돌림을 비롯한 학교 폭력이 더 무서울 거예요. 너무나 잔인하고 뻔뻔한 학교 폭력 가해자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가고!'

양수련 작가님의 <야, 놀자!>는 판타지 공포물이에요. 주인공이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여름방학에 외할아버지의 집에 놀러 갔다가 만난 동네 아이들과의 이야기예요. 항상 놀이를 주도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냈던 아이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와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이. 그 모든 추억을 사십여 년 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가만히 옛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저 역시 그맘때 뛰어놀던 시절이 참 행복했기에 잊을 수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조동신 작가님의 <불망비 不忘碑>는 비석치기 놀이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에요. 주인공은 탐정사무소의 소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졌으나 실상은 조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의뢰받은 사건은 지역 축제에서 비석치기를 하던 남성이 경기 도중 쓰러져 죽었고, 그 사인은 손에 찔린 니코틴 독침인데 어떻게 하다가 찔렸는지 알 수 없고, 어디에서도 독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함께 팀을 이뤘던 여성의 부모가 걱정이 되어 사건을 의뢰한 거예요.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세상에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 바글바글해서, 현실이 극강의 매운 맛이라면 공포 소설은 약간 매운 맛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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