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국어 공부 : 문법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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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에 문법을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나요.

국어 선생님께서 문법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셨던지 학기 내내 문법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나요.

아무리 중요한 문법이라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을 공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문법을 공부하고 나면 '아하, 이래서 문법을 알아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일단 문법 공부는 해야 돼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좀더 쉽고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을까요.


<시로 국어 공부>는 국어학자 남영신님의 책이에요.

솔직히 저자만 보고, 읽어야 할 책이구나 싶었어요. 그 다음에 제목이 보였죠. 시를 통해 문법을 배운다면 재미있겠다는 기대도 있었고요.

역시나 좋았어요. 국어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은 1권 문법편으로 시를 감상하면서 문법의 기본 개념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요. 앞으로 나올 2권은 조사와 어미편이고, 3권은 표현편이라고 하네요. 

시를 읽을 때는 두 가지 감상법이 있어요. 시가 우리에게 주는 신선한 감정을 느끼는 심미적 감상과 시제, 조사와 어미 등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문법적 감상인데, 저자는 시 문장이 지닌 격조 높은 멋과 가치를 이해하려면 문법적 감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자는 글 쓰는 사람을 목수에 비유하면서, 기둥과 서까래와 들보를 서로 맞추듯이 문장의 뼈대를 구축하는 일이 조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학교 문법에서는 단어를 9가지 품사(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로 나누고, 이들 품사를 다시 문장에서 쓰이는 성격이 같은 것끼리 묶어서 체언, 용언, 수식언, 관계언, 독립언으로 나누고 있어요. 시에 사용된 모든 문장은 각 성분이 가장 간결한 모습으로 가장 알맞은 위치에 자리 잡아야 아름다워요. 그만큼 시의 문장에서 문법적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에요. 앞서 저자의 비유처럼 문법은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을 완성해낼 수 있는 근본 기술인 것 같아요. 건축 이론은 어려워도 부석사 무량수전을 통해 배흘림기둥이라는 전통 건축기법을 배우고, 파르테논 신전을 보며 그리스 건축양식을 알아가듯이, 시를 통해 문법이 보이고 문법의 개념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려운 문법 공부가 시 덕분에 시를 읽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바뀐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우리말이 가진 멋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네요. 



내가 웃잖아요 


                                    이정하


그대가 지금 뒷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나는 괜찮을 수 있지요.


그대가 마시다가 남겨 둔 차 한 잔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듯이

그대 또한 떠나 봤자

마음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을 수 있지요.


가세요, 그대. 내가 웃잖아요.

너무 늦게 않게 오세요. 


▶ 여러분이 시인의 감성에 좀 더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시인이 사용한 조사와 어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왜 시인이 이 조사를 사용했을까, 왜 시인이 이 어미를 사용했을까 하는 데 착안해 보면 시에서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보다 더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시를 감상할 때에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이 해요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웃잖아, 있지, 오세'가 해요체 높임이다. 해요체는 종결어미 사용법으로서 일반적으로 상대를 높이는 어법이다.

시인이 상대를 정중하고 품위 있게 그러나 넘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 상태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조사 '는'을 적절히 사용한 점이다. 이는 시인이 상대에 대한 강렬한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에 쓰인 '는'이 그것인데 이 조사는 쓰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굳이 쓴 것은 그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어느 시기에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조사 '는'의 이 기능을 사용한 시인의 심리를 우리가 알아차린다면 시 감상이 한결 깊어지지 않을까.

이 밖에도 '보인다 해도'의 '고', '마시다 남겨 둔'의 '가', '떠나 봤자'의 '-았자' 등도 시인의 강렬한 의욕과 소망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문법적 감상을 하지 않는다면 군데군데 숨어 있는 이런 문법 요소들의 의미를 소홀히 지나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인의 내면의 깊은 소리에 다가가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인이 선택한 하나의 조사, 하나의 어미에도 민감하게 호응하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38-40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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