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 발레부터 케이팝 댄스까지
허유미 지음 / 에테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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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전공하는 것도 아닌데, 춤 분야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어느 방송프로그램 때문이에요.

오로지 춤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 열정과 실력에 감동했거든요.

과연 춤이 뭐길래, 그토록 몰입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은 춤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위한 대중적 춤 이론서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리 쉽게 설명되어 있어도 전문 분야의 이론서는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QR코드 영상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춤의 모든 것을 만나기 위한 출발점, 그 첫걸음을 이끌어주기에 손색이 없는 친절한 입문서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되었던 공연계가 서서히 기재개를 켜고 있는 요즘, 이 책을 통해 춤의 세계를 이해하고 춤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지금 당장 춤을 몸으로 익히기에는 무리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춤 작품을 읽어내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은 향상될 수 있어요. 우선 몸과 움직임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은 신선한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서양 문화에서 근본적으로 실체와 형식을 중요시 했는데, 타자와 구분되는 나의 몸을 주체로 하여 합리적 이성을 끌어낸 근대적 인간의 개념이 생겨났고, 그런 태도가 귀족적 매너와 결합하면서 발레가 탄생했다고 해요. 그래서 발레의 시작은 귀족적 매너와 관련된 몸가짐으로 '궁중 발레'로 구분되며, 점점 전문적인 공연과 사교춤으로 분화된 건 루이 14세가 춤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전문 춤꾼들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해요. 발레 테크닉이 오늘날의 형태와 비슷해진 건 19세기 초반에서 중반 무렵으로 낭만주의 발레 시기이며 지금처럼 아무나 추지 못할 춤이 되어버린 거죠. 중력을 극복하고 인간 몸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욕망이 몸 테크닉에 적극 반영된 낭만주의 발레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하고 프랑스에서 성장하여 러시아에서 전성기를 맞게 돼요. 러시아에서 19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발레 작품의 형식적 완성도를 높인 고전주의 발레가 꽃피게 된 거죠. 현재까지 공연되고 있는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들은 주로 낭만주의 발레 이후 작품이며, 20세기 현대 무용이 등장하기 전까지 공연 예술로서의 춤은 오직 발레가 전부였어요. 

20세기 초 등장한 현대 무용은 모던댄스라는 이름대로 춤에서 모더니즘을 담아내며 예술 장르로서 자리매김했어요. 현재는 현대 무용을 그저 컨템퍼러리 댄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 춤은 몸의 움직임을 매체로 삼는 예술이 되었어요. 책에 소개된 도리스 험프리 작품 <물의 연구>(1928)는 작품 제목처럼 춤으로 물을 연구했다고 볼 수 있는, 매우 참신한 예술 공연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얀 옷을 무용수들이 군무로 표현하는 물은 조용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음악도 없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호흡만 들리는 약 9분가량의 공연이 움직임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준 것 같아요.

우리 무용계가 한국 무용, 발레, 현대 무용이라는 삼분법으로 나눴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 무용 춤사위로 만든 동시대 감각 작품이나 발레 기술이 중심이 된 컨템퍼러리 발레를 다 동시대 춤 작품을 현대 무용 범주 안에 든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장르로 구분짓지 않고 현대에 들어와서 창작된 춤 작품들은 현대 무용으로 보는 거죠. 현대 무용을 감상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춤의 방식이 형식과 표현 어디에 더 중점을 뒀는지 알아야 해요. 어떤 무용 작품이든 형식과 표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 볼 것인지 파악한 다음 일반적인 춤 이해의 과정인 춤의 구성 요소를 파악하며 형태를 읽어내며, 내재적 의미를 해석하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최종적으로 춤 감상을 하려면 공연장에 가야 해요. 이 책을 읽고나니 공연을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직접 눈앞에서 보고 온몸으로 감응하는 경험이야말로 춤이라는 예술의 순간을 붙잡는 방법임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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