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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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는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을 주인공으로 한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에요.

타임슬립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단숨에 연결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라서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어요.

그 어떤 개연성을 따질 필요 없이, 주인공을 과거나 미래로 미끄러지듯 이동시켜주는 시간여행이라는 점이 정말 뜬금없어서 재미있어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눈앞에 펼쳐낼 수 있으니까요.

1803년에 살고 있는 제인 오스틴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남성과의 결혼이 틀어지면서 낙심하게 되고, 런던의 중매쟁이 싱클레어 부인을 찾아가게 되면서 마법 같은 타임슬립으로 2020년 영화 촬영장에 짜잔 나타났어요. 그것도 한때 섹스심벌로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소피아 웬트워스가 공황발작으로 종이봉투를 들고 있던 순간에 말이죠.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건 촬영 중인 영화가 바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란 거예요. 그러니 소피아는 18세기 의상을 입고 있는 제인을 단역배우로 착각했고, 나중에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소피아를 제작팀이 투입한 몰래카메라 배우라고 여겼어요. 그러나 눈앞에서 제인의 소설책이 사라지는 걸 목격한 뒤로는 타임슬립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제인이 1803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돼요.

우와, 어찌나 재미있는지 술술 읽어나갔네요.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타임슬립 로맨스가 달콤한 포장지라면 그 안에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어요.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인과 소피아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여기서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1803년과 2020년을 살고 있는 여성의 동질성인 것 같아요. 2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발전했는데 여성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대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여성에게 씌워놓은 굴레... 과거에는 뚜렷하게 보였다면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함정이 있네요. 겉으로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똑같이 사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그 차별과 편견은 존재하기 때문에 충돌과 마찰이 빚어지는 거죠. 문득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어요. 소설뿐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이 평범한 이야기를 놓고 페미니즘이 어쩌구저쩌구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네요. 우리는 그저 똑같은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왜 제인 오스틴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2020년으로 왔을까요. 

그 이유는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운명적인 사랑 vs 위대한 명작 , 그 결말보다 과정이 더욱 흥미진진했어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제인 오스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나니 그녀의 생애를 되짚어보게 되었네요.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였던 제인 오스틴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심취하여 10대부터 꾸준히 습작 활동을 했어요. 1793년 서간체 단편소설인 『수잔 부인』을 집필하기 시작해 1795년에 완성했고, 같은 해 집필한 『엘리너와 메리앤』은 훗날 『이성과 감성』으로 개작되었어요. 1796년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남자 측 집안의 반대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지만 그 와중에도 『첫인상』(1797)을 완성해 런던의 한 출판사에 가져갔으나 거절당했어요. 1799년 『노생거 사원』으로 개제하여 출간된 『수전』을 탈고하고 1803년 출판 계약을 맺었어요. 180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머니와 함께 형제, 친척, 친구 집으로 전전하다가 1809년 아내를 잃은 셋째 오빠 에드워드의 권유로 햄프셔 주의 초턴이라는 곳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어요. 이 기간에 『이성과 감성』(1811)을 익명으로 출판하였고, 『첫인상』을 개작한 『오만과 편견』(1813)을 출간하였으며, 『맨스필드 파크』(1814)와 『엠마』(1815)가 연이어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어요. 1817년 『샌디션』을 집필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1817년 7월 18일, 4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어요. 우리는 알 수 없는 그녀의 삶이지만 아름다운 작품 세계 속에서 행복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그 대사들이 우스꽝스러운 건 특정 연령에 도달한 여자들이 우스꽝스럽기 때문이에요.

분별력과 지성을 갖춘 남자들도 그렇게 여겼죠. 내가 온 곳에서는 출산 능력과 지참금이 한 여자의 가치랍니다.

요즘엔 여자의 가치가 외모에 있는 것 같지만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머리를 언급한 사람이 없었어요.

가끔 가슴은 얘기해도 머리 얘기는 전혀 없었죠. 

나이가 든다는 건 다수가 누리지 못하는 특권이지만, 여자들은 그걸 저주로 여겨요.

그런데 그 여자는 나이가 든 여자예요. 그러니까 나이 든 여자처럼 연기하세요. 

나이 먹으면서 따라오는 품위와 굴욕감을 온전히 느끼면서요. 

살아남았다는 행복감과 젊음이 사라졌다는 슬픔을 고스란히 느끼면서요.

외모가 시들었다는 굴욕감과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우아함을 보여주라고요."

제인은 고개를 소피아 쪽으로 돌렸다.

"... 이걸 비극이 아니라 해방으로 받아들일 순 없을까요? 겉치레가 사라지자 기회가 온 거라고."

"무슨 기회요?"

"진실을 알릴 기회요. 한때 당신은 겉만 번지르르한 장식품이었어요.

타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시녀 노릇을 했던 거죠. 이제 거기서 벗어날 수 있잖아요."

소피아는 눈물을 닦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벗어나서 뭐하게요?"

제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원래부터 하게 되어 있던 일을 하는 거죠."   (424-425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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