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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라지지 않아
양학용 지음 / 별글 / 2021년 12월
평점 :
<길은 사라지지 않아>는 특별한 여행에 관한 꽤 나이가 든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초등교사이자 여행자의 삶을 살아왔다고 해요. 이 책은 저자가 기획한 '청소년 여행학교'로 열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히말라야 산자락 라다크의 여러 마을과 북인도의 도시들을 여행하고 성장해나간 30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내용이에요. 단순히 여행 에세이인 줄 알았더니 부모를 위한 자녀 양육서로서 값진 교훈을 얻었어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가진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어요.
"...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 바쁘고도 힘겹게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서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부모가 좋아하거나 또는 사회가 권하는 것을 자기가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을 알기도 전에 일찌감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향한 대장정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방학 한 달만이라도 잠깐 멈춰 내 자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말하자면, 청소년 여행학교를 기획한 이유다.
... 여행은 불편하지만, 자유롭다. 사실 여행이 소중한 이유는 이 때문일 것 같다. ...여행은 그 기간이 길든 짧든 낯선 장소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걱정, 기쁨과 분노 등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감정을 압축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살았던 내 안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낯선 장소에서의 낯설지만은 않은 또 하나의 삶이면서, 동시에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학교 밖의 학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학교에서의 여행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어른들로부터 주어지는 프로그램이 아니기를 바랐다. 숙소를 구하고 식당을 찾고 볼거리를 선택하는 모든 것을 아이들의 선택과 수고에 맡겨두었다. ... 그 자유로 인해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것들, 혹은 좋아했으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것들이나 그것들로 인해 행복했던 나를 기억하고 만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8-10p)
여행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안전에 신경써줄 뿐 그 외의 일들은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요.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옆에 있어주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더라는 거죠. 라다크 여행에서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한층 성숙해졌어요. 해발 5천 미터를 넘나드는 히말라야 트레킹이라는 어려운 미션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은 멋졌어요. 물론 너무 힘들어서 올라가기 싫다고 느꼈던 아이들조차 히말라야 트레킹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기는 걸 보면 의미 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여행학교에서는 단 두 가지 규칙만 있는데, 일기 쓰기와 약속 시간 엄수라고 해요. 평소에 쓰지 않는 일기를 여행 중에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아이들이 쓴 일기를 보면서 왜 일기쓰기를 규칙으로 정했는지 그 깊은 뜻을 이해했어요.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였어요. 이래서 귀한 자식일수록 멀리 여행을 보내라고 했나봐요.
2021년 지금, 책 속의 아이들은 더 이상 십대 아이들이 아니에요. 라다크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9년이 흘렀다고 하네요. 에필로그에 어른이 된 여행학교 친구들의 소감이 나와 있어서 좋았어요. 라다크 여행이 남긴 것들, 그것은 오직 그들만의 추억일 테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의 소중한 가치를 배웠네요.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이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길 위에서 걸어본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