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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보낸 날들
장길수 지음 / 열아홉 / 2021년 11월
평점 :
<은신처에서 보낸 날들>은 탈북 소년이 중국 은신처에서 쓴 기록이에요.
주인공 장길수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 싶어요. 그래야 이 책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 장길수는 1999년 1월, 열다섯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탈출했으나 남은 식구들을 구하러 두 차례 북한을 들어갔다가 국경 경비대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해요. 1999년 8월,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 여인 서영숙 씨와 만난 것을 계기로 문국한 씨와도 인연이 맺었어요. 서영숙 씨와 문국한 씨는 길수를 포함한 열여섯 가족을 아무런 조건 없이 보호해주었어요. 소년 길수가 중국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던 시기에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과 글이 2000년 5월 <눈물로 그린 무지개> (문학수첩) 한국에서 출판되었고, 같은 해에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통해 그들의 힘겨운 중국 은신생활이 세간에 알려졌어요. 2001년 6월,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기구 UNHCR 에 진입해 탈북자로서는 최초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남한에 올 수 있었고, 2008년 대한민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그곳에 살고 있어요. 전 세계에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소년 장길수의 중국 은신일기이며, 2000년 설날로 시작하여 길수를 비롯한 일곱 명의 대련 식구들이 은신처를 떠난 2001년 6월 22일 직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앞서 출간된 <눈물로 그린 무지개>에서 크레용 그림을 뺀 일기만을 모아서 새롭게 펴낸 것 같아요. 길수와 가족들은 문국한 씨를 '큰 아버지'로 부르고, 서영숙 씨를 '큰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큰아버지가 길수에게는 특별히 <안네의 일기> 책을 꼭 보라고 했대요. 가족들에게는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라고 권했는데, 그걸 꾸준히 한 사람이 길수였던 거예요. 북한에서는 참혹한 지옥을 경험했다면 중국 은신처에서는 꼼짝없이 갇혀 지냈으니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네요. 가족들끼리 투닥거리며 싸울 때도 있고, 도움을 주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 섭섭함을 느낄 때도 있는 걸 보면 불안감이 모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요.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당장 살길이 막막한 처지에 놓인 가족들의 심정이 소년 길수의 일기를 통해 잘 드러나 있어요. 똑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상상도 못할 비극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소년 길수의 목소리로 들으니 착찹한 기분이 들었어요.
열다섯 살 소년 길수는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어요. 어른이 된 장길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솔직히 현재의 장길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 몇 줄이라도 적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는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건 알고 있겠죠... 길수의 일기를 읽기도 전에 네 편의 추천사가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고 있네요. 분단의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북한의 인권 문제와 탈북자들의 현실을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평범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