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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하지 마라 - 논문 읽어주는 유튜버, 품격있는 성형(成形)에 대해 말하다.
이원 지음 / 엔파인더스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성형하지 마라>는 성형외과의 이 원(E1)님의 책이에요.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 성형외과의사가 성형을 하지 말라는 걸까요.
대한민국에는 미용병원들이 넘쳐나고 있어요. 하물며 전철역 광고판에 대놓고 성형을 권하고 있으니, 성형하지 말라는 의사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저자는 성형외과의사로서 양심적인 조언을 하고 있어요. 의사로서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학적 지식과 정보를 악이용하는 거예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나쁜 의사이며 같은 의사들에게도 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환자가 다른 성형외과에 가서 재수술 권유를 받았다며 저자의 병원을 찾아와 수술비를 돌려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경우예요. 수술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단지 다른 의사의 말 때문에 환불을 주장하는 환자도 황당하지만 이미 수술을 끝낸 환자를 상대로 돈 벌 궁리만 하는 의사는 너무나 사악한 것 같아요. 저자 역시 화가 나서 그 병원 원장에게 연락했더니 계속 피하더래요. 나중에 의사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사들 등쳐먹는 병원으로 악명 높은 곳이더래요. 참으로 씁쓸한 현실인 것 같아요.
성형업계는 갈수록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주객이 전도되고 있어요. 수술을 받는 이들도 과도한 가격경쟁 속 싸구려 수술에 마음을 팔고, 수술을 하는 이들도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싸구려 수술에 현혹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성형은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거의 미용 목적이 많기 때문에 환자의 선택이 중요해요. 후회하지 않으려면 싸구려 수술에 연연하지 말고 제대로 알아봐서 바르게 수술하라는 거죠. 외국 환자들의 경우는 수개월 동안 신중하게 의사를 고르고 제대로 된 견적에 따라 수술 계획을 잡는다고 해요. 물론 요즘은 넘쳐나는 정보 덕분에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졌다고 해요. 의사의 말을 잘 믿지 않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거죠. 의구심을 품은 환자를 수술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결과가 좋아도 계속 의구심을 제기하고 재수술을 원한다고 하네요. 성형의 부작용은 어느 경우에나 일어날 수 있고, 주관적인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성형을 결정하진 못할 것 같아요.
누구나 예뻐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인데, 그 미의 기준이 본인이 아닌 외부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형트렌드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자신의 얼굴형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행만 따르다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그래서 환자 자신이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미에 대한 주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요. 저자는 의사 역시 성형수술의 주관을 갖춰야 하며, 그것은 트렌드에 맞춘 수술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2019년에 시작한 유튜버 논문공장의 활동은 팩트 싸움이라고 하네요. 한 명의 잘못된 주장이 필러를 시술하는 의사 전부를 나쁜 의사로 만들 수 있는 게 유튜브 세상이라, 저자의 논문공장에서는 최신 연구 논문을 근거로 팩트 체크와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네요. 무엇보다도 저자가 모럴 해저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문처럼 외운다는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어요. '앞에 앉은 환자가 내 딸이라면 이 성형을 권할까? 앞에 있는 환자가 내 딸이면 이 필러를 놔줄까? 앞에 있는 환자가 내 딸이면 이 주사를 놔줄 수 있을까?' (201P) 모든 의사들이 이런 마음으로 환자를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