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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람없이 산다 -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보다 구구절절한 삶을 살기로 했다
수수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그림체가 단순하고 명료하다고 느꼈어요.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일러스트레이터 수수진 님이에요. 이 책은 수수진 님의 그림 에세이예요.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를, '한때는 명함과 사원증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알람없이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있다."라고 하네요.
뚜렷한 주관을 가진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대부분 외부의 속도를 따라 바쁘게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저자는 느리게 사는 게 꿈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속도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내 속도에 맞게 사는 삶을 선택했고,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서른셋이 된 지금, 딱 좋을 나이인 거죠.
우리나라는 똑같은 나이에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일련의 인생 사이클이 정해진 답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큰일이 난 듯,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처럼 바라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저마다 각자 원하는 삶을 살면 되는 거예요.
저자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외로워서 데이트앱도 써봤고 소개팅을 한 적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만의 외로움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네요. 그건 바로 글쓰기예요. 블로그에 저자의 글이 쭉쭉 업데이트된다면 그건 외로움을 잘 다스리고 있구나라는 의미라고 말이죠.
책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타인과의 대화에서 책을 읽듯이 상대를 이해하면 다툴 일이 없겠다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이나 감정에 반박하진 않잖아요. 그냥 적혀 있는 그대로, '아하,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받아들이잖아요. 근데 상대가 눈앞에 있으면 종종 내 생각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져요. 마치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으로. 서로 다를 수 있고, 다른 게 당연하니까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면 될 일인데 입은 늘 가만히 있질 않네요.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묵묵히 입을 다물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스스로 훈련한다고 상상했어요.
수수진 님의 글을 읽다가 "마음껏 찌질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아름다운 일이야." (159p)라는 문장이 좋았어요. 아마도 사람들이 수수진 님의 그림과 글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런 부분일 것 같아요. 남들에게 더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니까, 썩 멋진 상태가 아니어도 그냥 괜찮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괜히 억지로 꾸미고 있는 척 하느라 힘 빼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마음껏 찌질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후련하네요.
구구절절 자신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줘서 고마워요, 수수진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