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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 -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
이동재 지음 / 창해 / 2021년 12월
평점 :
"소설을 쓰신다고?"
"네. 이제 막 문단에 이름 석 자를 들이밀었죠."
"참 외로운 영혼이 고달픈 여행에 지쳐 있군." (204p)
"그냥 <스팅> 같은 영화를 실제로 한번 벌여보자는 얘기야." (207p)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는 이동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책 표지에는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라고 적혀 있어요.
아마 이 책을 펼치는 사람들은 이 문구 때문에 블록버스터급 범죄 영화를 상상했을 거예요.
천재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3)와 한국 영화 <도둑들> (2012)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상당히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요.
사기꾼, 도둑은 분명 나쁜 놈들인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손가락질은커녕 박수를 치며 응원하게 되는 건 머리가 아닌 가슴이 반응하기 때문일 거예요.
여기엔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해요.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한 50대 송진우, 전설의 춤 선생이자 60대로 추정되는 박영준, 1억 사기를 당한 후 절망에 빠진 30대후반 소설가 서정식.
이들 뒤에는 대형사기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건설회사 오 회장이 있어요. 그들이 노리는 돈은 600억, 오 회장이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영준과 진우가 둘로 나누면 각각 150억, 배우로 캐스팅 된 정식에게는 몇 억을 약속한 상태예요.
일반적으로는 그들의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는 과정이 관점 포인트일 텐데, 희한하게도 세 남자의 사연에 더 눈길이 가네요.
저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풍전등화마냥 꺼질 듯 말 듯 위태로운 삶을 살았기에 그들의 인생역전 드라마가 통쾌해야 하는데, 뭔가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남아있는 진실과 관련이 있어요. 하늘에서 100억 원이라는 돈이 뚝 떨어질 리 만무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소설을 읽다보니 제 눈에는 그저 모든 게 꿈 같아 보였어요. 인생여몽, 호접지몽이라... 장자의 꿈처럼 한바탕 잘 놀았구나 싶은 결말이었어요.
사기극으로 풀어내기에는 꽤 진지한 인생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과는 달리 이 소설은 뭔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문득 책 제목이 걸리네요.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의 의미는 뭘까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데, 인생에서 울리는 종은 삶과 죽음 가운데 어느 쪽일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