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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 DMZ의 숨겨진 마을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뭉클했던 기억이 나네요.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어린이 두 명은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초등학교 학생들이었어요.
그때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구역) 비무장지대(De Militarized Zone , DMZ) 안에 민간인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궁금한 그곳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거든요.
한반도 비무장지대 안에는 민간인 마을이 두 곳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을 남쪽, 즉 대한민국의 대성동 '자유의 마을'과
북쪽, 즉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기정동 '평화의 마을'이 그것이다.
4킬러미터 폭으로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띠 형태의 비무장지대 내 민간인 거주 지역인 데다,
한국전쟁의 휴전회담과 후속 군사정전위원회 회의가 열린 판문점의 자매 마을에 해당돼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p)
이 책은 두 마을 중 남쪽에서 접근이 가능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취재를 위해 방문한 저자는 잠시 머무는 것만 허락될 뿐 하루도 묵을 수 없었다고 해요. 그 이유는 남쪽 DMZ를 확정하고 만든 정전협상 당사자가 유엔군이므로, 한국군이 실질적으로 관리해도 그 관할권은 미군에게 있기 때문이에요. 대성동 마을은 유엔사 관할이므로 주민들의 모든 행위는 그들의 통제를 받고 있어요. 대성동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사 규정 525-2 '대성동 민사 행정'을 보면 대성동 마을의 위상, 출입증 관리, 경비대대 운용과 역할, 이장의 선출, 대성동 주민의 자격, 대성동초등학교 운용, 외부인 출입 방법 등 대성동에 관한 모든 것을 언급하고 있다고 해요. 따라서 대성동 지역을 출입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유엔사 군정위 비서장이 승인하는 비무장지대 임시 출입증이 발급되는데, 대성동 주민 역시 주민등록증 외에 빨간색 비무장지대 출입증을 소지해야만 왕래할 수 있어요. 출입증을 분실할 경우 사유가 인정되면 재발급되지만 부주의로 분실하는 일이 세 차례 반복되면 출입 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엄격하다고 해요.
대성동 주민들은 납세와 국방 의무가 없어요. 유엔 관할 중립 구역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라서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의무에 매일 필요가 없는 거예요. 대성동이라는 마을에 대해 알아갈수록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놀랍게도 한국전쟁 발발 당시에 대성동 주민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요. 그들이 전쟁을 체험한 것은 남하했던 전선이 북상했다가 재차 남하하여 38선 부근에서 진퇴를 거듭하던 무렵이라고 해요. 정전협상이 진행되던 기간으로 그때 대성동 마을이 중립 지대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은 되레 전쟁을 경험하게 된 거예요. 전투 행위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남북 간 정보 전쟁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주민들이 미군의 정보원 또는 보초 근무자가 되어 전선을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거나 게릴라 활동을 펼쳤대요.
현재 대성동 주민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고립이라고 해요. 농산물 판매와 생필품 구입이 필요한 주민들은 미군 트럭을 이용하는데 고작 일주일에 한 차례이고, 바깥출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남자들 몫이라서 고립에 따른 불편은 대개 여성들이 감당한다고 해요. 대성동 '자유의 마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를 제한받는다는 사실이 씁쓸했어요. 이 모든 건 1953년 체결된 정전 협정의 결과예요. 북쪽으로 보이는 기정동은 대성동과 가장 가까운 이웃 마을이지만 군사분계선으로 나뉜, 절대 갈 수 없는 곳이에요.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도 밝혔듯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는 제안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대한민국은 68년 동안 휴전 상태였고,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경우는 없었어요. 솔직히 대성동 이야기를 알기 전까지는 휴전 상태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대성동은 왜 종전선언이 필요하며,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