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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대화 - 개정 완역판
템플 그랜딘.캐서린 존슨 지음, 권도승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동물과의 대화》는 템플 그랜딘이 동물과 보낸 40년의 세월을 담은 책이에요.
우선 템플 그랜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해요.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동물학 교수이며, 《어느 자폐인 이야기》《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동물과의 대화》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예요. 또한 동물 복지를 배려한 가축시설의 설계자예요. 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축사와 도축장의 구조를 개발하였고,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낙농업이 발달한 국가의 축사는 절반 이상 그가 설계한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100편이 넘는 동물학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 템플 그랜딘의 동물학 연구의 원동력은 다름아닌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해요.
템플 그랜딘이 앓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지적 장애 및 언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자폐증인데,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한 가지 일에 집착하고, 대인 관계에 서툴러 고립되어 지내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느낌, 생각, 욕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표정을 읽지 못한대요. 하지만 그랜딘의 시각 지각 능력과 기억력은 거의 천재적인 수준으로 짧게 본 내용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두 살 때 뇌에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아 평생 보호시설에 맡겨질 뻔 했으나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가정교사와 함께 말과 예의범절 등 사회생활을 가르쳤어요. 중학생 때 자신을 놀리는 아이를 때려 퇴학당하고 신경발작 증세로 고통을 겪었으나 어머니와 정신과 주치의의 도움으로 마운틴 컨트리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칼록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어요. 칼록 선생님은 그랜딘이 한 가지에 집착하는 성향을 장애로 취급하지 않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어요.
학교 마구간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말을 구비하고 있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예산을 아끼려고 값싼 말을 사와서 말의 문제가 있었대요. 전부 학대 당한 적이 있는 말인 거죠. 아홉 필의 말 중 절반 정도가 심각한 정서 장애를 안고 있어서 말을 탈 수 없거나 올라타면 발에 차이고 물어뜯기는 사고를 당했대요. 당시 소녀였던 템플은 말과 대화를 나눌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을 사랑해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마구간에서 일하면서 말을 돌봤대요. 학교에서 말과 보내는 시간은 행복했지만 사춘기 무렵, 멈출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서 괴로웠대요. 그때 소 떼를 키우는 목장을 방문했다가 가축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 보정틀을 보게 되었고, 학교로 돌아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보정틀을 만들었대요. 그 보정틀은 사람의 팔다리를 뺀, 몸통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데 그 안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이 보정틀 덕분에 무사히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대요. 아직도 이 장치를 사용한다고 해요. 템플은 많은 아이들이 말을 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자신이 경험했듯이 아이들이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힘이 있는데, 특히 승마는 십대들에게 좋다고 해요. 실제 정신과 의사 친구도 말을 타 본 적 있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훨씬 치료 결과가 좋다고 했대요. 말을 돌볼 책임이 있는 십대는 좋은 인성이 개발된다고 해요. 승마는 말과의 상호 작용이 중요하며, 좋은 기수와 말은 한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통해 팀워크를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템플 그랜딘이 동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동물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템플 그랜딘은 자폐인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동물을 다루면서 무의식적으로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동물은 동물만의 방식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파악하는 자폐인의 특성이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한 거예요. 사람들은 자폐아가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서 산다고 말하는데, 템플 그랜딘은 언제나 농담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요. 왜냐하면 그녀 자신이 일반인은 볼 수 없는 훨씬 크고 아름다운 세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일반인들은 자폐인과 동물에 대한 무지함으로 엄청난 오해를 키워왔던 거예요. 동물과 자폐인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지, 틀리거나 잘못된 건 없어요. 오히려 그들을 통해 새롭고 놀라운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걸, 템플 그랜딘이 알려주고 있네요.
"자폐증은 동물과 사람이 통하는 중간 지점의 환승역과 같은 것이고,
나와 같은 자폐인은 동물의 대화를 말로 옮길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나는 사람들에게 동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