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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요.
주인공의 시점에서 나만 빼고 모두가 아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쾅!!!
거의 폭탄급 충격인 것 같아요. 만약 주인공이 여전히 진실을 모른 채 거짓된 행복에 만족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초콜릿은 언제든지 온도에 따라 녹아버릴 수도, 더욱 단단해질 수도 있어요.
달콤한 초콜릿과 아몬드의 조합을 가장 원하지만 때로는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뭔가요.
비밀? 세상에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최악의 비밀은 '나만 빼고'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혼자 고립된 혹은 벌거벗겨진... 대부분 비밀을 알아챘을 때는 너무 늦었어요, 돌이키기엔.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것 같아요. 애초에 비밀은 시한폭탄처럼 째각째각 터지기 위해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등대지기들>은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둔 비밀에 관한 이야기예요.
처음엔 20년 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에서 그 비밀을 찾으려 했어요.
《타임스》1972년 12월 31일 일요일
트라이던트 하우스는 렌즈엔드에서 남서쪽 해상으로 24킬로미터 떨어진 메이든 록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사라진 이들은 주임 등대원 아서 블랙, 부등대원 윌리엄 '빌' 워커, 그리고 임시 등대원 빈센트 본이다.
이들의 실종 사실은 어제 아침 교대할 등대원을 데려가고 워커를 데려오기로 했던 지역 선장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재 사라진 등대원들의 행방을 알 만한 단서는 없으며 발표된 공식 성명은 없다. 이와 관련해 수사가 시작되었다. (25p)
이상한 점은 등대 타워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었고, 식탁에는 세 명이 아닌 두 명을 위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는 거예요.
또한 두 개의 벽시계가 똑같은 시각을 가리키며 멈춰져 있었어요. 8시 45분.
등대 타워는 아홉 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남은 건 등대 라이트뿐이고, 아홉 개 층 모두 비어 있었어요. 마치 증발해버린 듯 사라져버린 등대원 세 명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 사건은 1992년, 모험소설가 댄 샤프가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어요.
댄 샤프가 메이든 록 실종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어요. 20년이 지난 현재, 아서 블랙의 아내 헬렌과 빌의 아내 제니 그리고 본의 여자친구였던 미셸이 기억하고 있는 진실과 20년 전 그때의 등대원 세 명의 진심에 대하여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처음 본 작가에게는 다 털어놓았으면서 정작 꼭 전해줘야 할 상대에게는 침묵했던 거예요. 그 이유가 뭘까요.
너무 큰 슬픔에 빠진 사람은 말을 잃어버리기도 해요. 우리에게는 흔한 말, 미안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 말을 못해서 상처는 깊어지고 서로 멀어지고 말아요.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들은 사라졌고 진실은 알 수 없으니까요. 결말이 소름돋는 반전이지만 그건 수백 가지 결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확실한 건 등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어둠을 밝히고 있다는 거예요.
미스터리가 풀렸냐고요? 아니오, 전혀... 근데 그 미스터리 덕분에 삶의 다른 면을 발견했어요. 진실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었네요.
"말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
그냥 '하지만' 밖에는. .
어떤 걸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야, 안 그래?
그리고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늘 있기 마련이고." (388p)
그 등대는 형언할 수 없는 애절한 방식으로 그에게 와닿았다.
마치 내가 슬퍼서 네가 필요하다는 것처럼. (424p)
지금껏 살아오면서 난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깜깜한 집에 혼자 있을 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창문을 닫는 사람,
촛불을 밝히고 살펴보러 가는 사람. (54p)
... 책을 다 읽은 당신은 "실제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했는데, 당신 말이 맞았소.
그건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차라리 내가 편지를 썼더라면 좋았을까?
그랬다면 당신이 멈췄을까?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소. (26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