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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 (193p)
해진 씨는 스무 살이에요.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에요. 편의점 알바를 하며 간간이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처음엔 해진 씨의 강박적인 성격이 이상해보였어요. 나른하고 무기력한 듯한 일상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강박이라서 좀 뜬금없다고 느꼈어요.
게다가 물러터진 성격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무례한 요구를 하는 손님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싫은 소리 한 마디를 못해서 그냥 원하는 대로 해주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요즘 세상은 착한 사람을 호구로 부려먹는다고,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다행인 건 해진 씨의 주변 사람들이 사기꾼이나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그 남자는... 불쑥 해진 씨의 삶에 들어온 그 남자는 기기묘묘, 정말 이상했어요.
남자의 이름은 김만초.
만초 씨는 왜 해진 씨에게 다가왔던 걸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존재는 묘하게 스며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림자처럼.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초 씨에게 털어놓는 해진 씨를 보면서 그제서야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뭣도 모르면서 겉만 보고 맘대로 떠들어댄다고 투덜대던 나였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민망했어요. 그래도 해진 씨가 착한 사람이란 건 알았기 때문에 대신 화를 냈던 거예요.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정해진과 김만초, 이들의 조합은 꿈만 같아요. 읽는 내내 '이 모든 건 꿈입니다'라고 말할까봐 조마조마했어요.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끼다가 드디어 숨겨둔 비밀이 드러났는데 속이 후련하기는커녕 몹시 슬펐어요. 이래서 꽁꽁 감춰뒀던 거구나, 그래서 이상한 남자 만초 씨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구나...
해진 씨를 바라보던 나의 시선은 전부 오해와 착각, 편견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바뀌었어요. 왜 그토록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건 내 안에 해진 씨와 만초 씨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와 닮은 구석이 보기 싫었나봐요. 숨겨둔 그것처럼.
스무 살의 해진 씨는 오늘도 잘 살고 있을까요. 마치 모두를 향해 안부를 묻는 것 같아서 잔잔한 위로를 받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