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 축산업에서 공개구조 된 돼지 새벽이 이야기
향기.은영.섬나리 지음 / 호밀밭 / 2021년 11월
평점 :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요.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는 한국 최초로 축산업에서 공개구조 된 돼지 새벽이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동물해방'이나 '공개구조'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동물에 대한 참혹한 현실부터 알아야 해요. 새벽이가 오게 된 경로는 도살장에서 시작돼요. 활동가들이 찾아간 곳은 평범한 산업단지였지만 도살공장 안은 끔찍한 비명과 지독한 냄새가 새어나오는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해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크게 슬프지도 크게 절망적이지도 않았고 그저 조금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현실적인 반응인 것 같아요. 낯설고 이상한데 현실로 와닿지 않는 느낌, 그게 대다수의 반응일 것 같아요. 그만큼 인간과 도살장의 동물들은 단절되어 있었다는 증거일 거예요.
이 책에는 우리가 외면했던 도살장의 돼지 새벽이를 공개구조하는 과정과 한국 최초 생추어리의 초기 설립 과정과 이후의 활동들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공개구조(Open rescue)는 농장, 도살장 등 비인간 동물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현장에 들어가 상황을 공개하고 감금된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이에요. 직접행동DxE 활동가, 디엑스이는 공장식 축산 실태를 드러내기 위한 방식으로 공개구조를 주요 활동으로 벌이고 있어요. 공개구조는 무섭도록 단절되어버린 인간과 동물 사이에 놓인 차별과 혐오의 경계를 정면으로 넘어서는 행동이라는 거죠.
살아내는 것이 불법이 새벽이를 직접행동DxE 활동가들이 구출한 것인데 공개구조 직후 분위기는 적막했다고 해요.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는다, 다시 말해 나머지 돼지는 모두 죽는다.
공개구조가 주는 메시지는 불편하다.
디엑스이의 활동은 언제나 불편하다.
동물을 사랑해달라는 게 아니라
동물의 피와 고름으로 만들어진 일상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13p)
구조 직후 생후 2주차였던 새벽이는 홀로 살아남아 벌써 두 살을 훌쩍 넘겼어요. 당시 새벽이와 함께 새끼 돼지 노을이도 구조됐지만 살지 못했어요. 일반적으로 국내 축산농가의 돼지들은 생후 6개월만에 도살되는데 새벽이는 그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난 거예요. 자연 상태 돼지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라고 하니 한국 최초로 생추어리에서 늙어가는 돼지 새벽이가 동물해방의 날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에요.
생추어리(Sanctuary)는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의미의 공간으로 공장식 축산의 확산을 막고 농장동물들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구조된 동물이 입양 전 잠시 머무르는 동물보호소와는 달리, 생츄어리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의 공간이 아닌 평생 머무르는 보금자리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그동안 '동물로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동물해방은 나와 무관한 개념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이들은 새벽이를 통해 동물해방 운동은 '우리 모든 동물'의 이야기라고 외치고 있네요. 놀랍고도 충격적인 축산동물의 현실을 알게 된 것이 동물해방 운동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읽고난 뒤에 더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