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 페미니스트 엄마와 (아직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프로젝트 : Flower Edition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1
권혁란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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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부모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아요.

그러나 세상 모든 부모와 자녀 사이가 그럴 리는... 당연히 없죠. 알고 있지만 왠지 나만 빼고 다들 좋아보이니까 착각하게 되나봐요.

드라마처럼 화목하고 사이좋은 가족으로 매일 살 수 없어서 투덜대는 거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다행이다 싶어요.


#1

딸들과 좋은 친구라는 생각을 오래 하고 살았다. 거대한 착각이었다. 

그게 자랑거리였다. 딸들이 나를 진정 좋아하고 사랑할 거라고 믿고 살았다.

"우리는 이렇게나 서로를 모른다니까."

별일도 아닌 사소한 기억 몇 개가 달랐을 뿐인데 

슬쩍 지나가면서 한 딸아이의 말이 꽤 오래 남았다. (6p)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첫장을 읽으면서 반가웠다가 금세 진지한 마음이 되었어요.

부모와 자녀 사이는 끊을 수 없는 관계라지만 소소하게 섭섭했던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신기한 건 아무리 많이 쌓여도 다정한 한마디면 사르르 녹는다는 거예요. 이만큼 쌓였다가 순간에 녹을 걸, 그럴 거면 뭘 쌓아뒀나 싶지만 마음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요. 

어찌됐든 이 책의 내용은 남일이 아니라 곧 조만간 닥쳐올 나의 일인 것 같아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네요.

저자의 딸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연애도 결혼도 독립도 하고 싶거나, 하지 않고 싶거나, 못하거나, 안 해서... 결론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딸 대신 독립을 외친 엄마가 집을 나가 생활한지 어언 10년이 넘었고, 이른바 '가출생활자'가 된 거예요. 왜 90년대생 딸들은 '독립불(가)능자'가 되었을까요.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더 이상 가출이 필요 없게 되었는데 딸들은 무엇때문에 독립하지 않고 한집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고 있는 걸까요. 

이 책은 바로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일단 이 모든 이야기는 엄마의 넋두리는 아닌 듯 해요. 왜냐하면 딸들 덕분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학점도 따고, 끊어진 경력이 이어져서 멈춘 연금도 새로 열어 돈을 붓고 있고, 예술인카드도 만들었고 글을 쓸 수 있는 작업실도 얻었다면서 대놓고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독립하지 않는 딸들과의 동거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나름 꽤 괜찮다는 의미니까요. 아차, 남편을 빼놓았네요. 딸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남편의 존재를 잠시 잊었는데 저자는 남편과 딸둘까지 네 식구가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평범함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삶을 보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한편으로 씁쓸했던 건 대한민국에서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겪게 되는 그 흔한 일들이 과연 평범했냐는 거예요. 그때는 느꼈지만 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졌어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죠.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사는 것이 마땅한데 왜 자꾸 편을 가르고 색안경을 낀 채 판단하느냐고요. 함부로 왈가왈부 떠드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자유라는 것, 고로 이들의 동거 라이프는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것. 그래서 응원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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