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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2020년의 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재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가 흔들렸어요.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면서도 초기의 충격에서 점점 무뎌져 가는 것 같아요. 일상의 회복은 아직 멀었는데 경각심만 느슨해졌다면 이는 또다른 위험 신호가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처해야 할까요.
『둠 재앙의 정치학』은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책이에요.
저자는 왜 지금 '재난의 역사책'을 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어요.
... 우리의 실수와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 자동차 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아직 멀었어요?"라고 계속 물어댄다.
우리도 그 아이들처럼 이미 코로나19에 진저리가 나서 도대체 언제면 "정상적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흔하게 유행하는 병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크며,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두더지 때려잡기와 같은 공중 보건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작년을 돌아보며 무엇이 잘못된 일이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15-16p)
이 책은 인류 역사 속 재난을 통해 그 본질적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어요.
재난이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해요. 불확실성의 영역이기에 이를 예측하는 시도들은 거의 항상 실패하며 어쩌다가 비슷하게 맞추는 정도였다는 거예요. 또한 재난은 자연적 재난과 인공적 재난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어요. 왜냐하면 똑같은 바이러스가 돌아도 전 세계 각 지역마다 그 충격은 다르기 때문이에요. 현재 K 방역으로 선진국 대열에 앞장 선 우리나라와 방역 실패로 역대 최대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의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이 재난의 정치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재난의 모든 책임을 소수의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들에게 몰아가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지도자의 무능이 안 좋은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지적했어요. 재난이라는 비상사태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조기 경보가 발생했을 때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사태에 대해 호들갑에 가까운 대응이 맞춤 매뉴얼을 준비한다는 등의 관료적인 행태보다 더 낫다고 하네요. 그만큼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대응에 실패한 나라들은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들 때문이 아니라 공중 보건 관료 체제가 시스템 차원에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인터넷 플랫폼에서 퍼져나간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가 대중의 행동에 끼친 악영향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어요.
저자는 팬데믹뿐만 아니라 지질학적 참사(지진)에서부터 지정학적 참사(전쟁), 생물학적 참사(팬데믹), 기술적 참사(핵발전소 사고) 등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재앙들을 폭넓게 다루며 재난의 일반적인 역사를 들려줌으로써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어요. 재난의 특징에서 눈여겨 볼 건 확산의 여부예요. 최초에 가해진 충격이 생물학적 네트워크 혹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는가.
예측하기 쉬운 종류의 재난에 해당하는 '회색 코뿔소'였던 것이 막상 닥치고 나면 경악스러운 '검은 백조'로 변하는 것은 드물지 않아요. 하지만 '검은 백조'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의 사망자를 낳는 역사적 재난인 '드래건 킹'으로 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려면 최초에 초과사망률이 한 번 크게 치솟을 때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지정학에 걸친 여러 결과들이 수반되어야만 하는데, 2020년 팬데믹 이후 대재앙을 목격하고 있어요. 인류 역사상 초과사망율을 올리는 가장 큰 두 가지 원인은 팬데믹과 전쟁이며, 대부분 함께 오거나 서로 뒤이어 따라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귀결이 국내 정치가 아닌 지정학의 영역에 있다고, 즉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어요. 중국과의 냉전, 이 새로운 냉전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건 미중 양국이 경쟁과 동시에 협력을 지속하며 발전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전쟁이라는 최악의 재난을 피하는 것이 관건일 거예요. 결국 재난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재난이라는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앤티프래절 anti-fragile'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깨우침이며, 지금 우리 인류는 역사적인 전환점 그 갈림길에서 더 나은 미래의 시나리오를 쓸 차례네요. 바로 우리 인생도 위기가 곧 기회이며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