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평점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아시자와 요의 미스터리 소설집이에요.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무섭냐고 묻는다면 일단 귀신은 아니라고 답하겠어요.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와 <고마워, 할머니>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사람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라는 범행 동기가 밝혀지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는 거예요. 인간의 마음은 본인이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타인은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대부분 말과 행동을 통해 짐작할 뿐이죠. 서로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이일지라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모두 진심은 아닐 거예요. 일부러 숨기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없어도 상대에게 진심을 표현하고 전달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똑같은 대답을 해도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성향이 있어서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모를 수 있어요.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에요.
일본 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이지메, 우리말로는 집단 따돌림, 왕따라고 하는데 여기에 '무라하치부'라는 용어가 등장해서 놀랐어요. 집단 따돌림 현상이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었구나 싶어서 무섭더라고요. 무라하치부는 마을 구성원 전체가 마을의 법도를 어긴 사람과 교제를 끊는 제재 행위를 가리키는데, 일종의 마을 왕따를 당하는 것으로 장례와 화재에 대응하는 것만 제외한대요. 아무래도 시체를 방치하면 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불을 끄지 않으면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만 예외로 인정한 것으로 보여요. 근데 '무라주부'는 무라하치부보다 더 끔찍한 왕따를 당하는 거예요. 주검까지도 파내 버려서 마을에서 쫓아내는 거예요. 너무나 악의적인, 악행이에요.
죄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무엇이 더 악질인 걸까요.
<목격자는 없었다>는 평범한 직장인의 양심을 그린 이야기예요. 마치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냐고 묻는 것 같아요. 쉽게 답하기 어렵네요.
<언니처럼>은 불행한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 이야기예요. 범죄자의 가족을 향한 차가운 시선들, 정작 그들은 네 피해망상일뿐이라고 말하네요. 정말 그런 걸까요.
<그림 속의 남자>는 지옥 같은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도대체 예술은 뭘까요. 돈으로 그 가치가 매겨지는 작품들을 보면 왠지 뒷맛이 씁쓸해요.
이사자와 요의 작품은 매우 현실적인 공포를 담고 있어서 더 섬뜩하게 느껴지네요. 인간 내면의 가장 깊고 어두운 그곳을 들춰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