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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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우리 국회에서는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당시 구글의 본고장인 미국의 앱공정성연대(CAF)의 마크 뷰제 창립 임원이 한국을 방문하여 인터뷰한 내용을 봤어요.

CAF는 구글, 애플의 앱 마켓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매치그룹 등 업체가 함께 만든 단체이며, 전 세계 중소 규모의 앱 개발자, 앱 제작사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요. 그는 법안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응원한다면서 한국이 구글과 싸우는 최전선이자 이슈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또한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화될 경우 한국은 인앱 결제 규제 관련 입법을 한 세계 최초 국가가 된다고 언급했어요. 그만큼 앱 생태계 미래가 바로 이 이슈에 걸려 있다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이 뉴스를 접하면서 거대해진 구글의 횡포를 알게 됐고, 세계최초 인앱결제 방지법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이 되면서 정작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의 본질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21세기 권력>은 플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이 10년 넘게 인터넷을 취재한 결과물이에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누가 인터넷을 움직이는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아마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인터넷을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어요. 우선 저자는 인터넷이 단순한 민간 서비스가 아니라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서비스, 공공재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문제를 이해하려면 처음부터 알아야 해요. 인터넷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구성 요소와 사람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알아야 인터넷 세상 속 권력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인터넷으로 불리게 될 네트워크를 처음 연결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전송한 것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LA) 연구팀이에요. 학자, 대학원생, 협력 기업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최초의 RFC를 작성한 건 대학원생 스티브 크로커였어요. 명확한 책임자가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보니 훗날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개방형 네트워크로 만들었고, 중요문서와 가벼운 문서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의견 요망 Requests For Comments, RFC'이라는 이름을 달아 배포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RFC가 인터넷에서 표준을 정하는 절차가 되었어요. 절차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는데 아직도 인터넷 프로토콜을 정해서 공표하는 단일 기구가 없다고 해요. 또한 인터넷의 주소 시스템(DNS)은 인터넷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자 다른 모든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능이라서 우리는 누군가 이 시스템을 관리할 거라고 믿고 있지만 DNS에도 그런 책임자는 없다고 해요. 충격적인 사실은 언제든지 DNS가 공격당할 수 있고, 실제로 여러 차례 공격이 행해졌다는 거예요.

DNS의 관리 주체는 ICANN 이며, 미국에 있는 비영리 기구로 인터넷 DNS 시스템의 루트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비교적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었지만 인터넷의 힘이 커지면서 미국의 공공기관이 인터넷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어요. 바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NSA의 인터넷 사찰 사실을 폭로한 사건이 있었죠.

이토록 문제가 커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아무도 인터넷 네트워크가 지금처럼 막강한 힘과 권력을 갖게 될지 예측하지 못한 탓이고, 이후의 문제들은 자본주의의 속성대로 힘과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흘러갔기 때문이에요. 인터넷 시대의 시스템이 권력과 부를 어떻게 분배하는지 살피면서 저자가 발견한 사실은 권력과 부를 거머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고,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자였다는 점이에요. 인터넷 시대는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켰고, 디지털 범죄라는 부작용을 낳았어요. 자칫하다가는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저자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망 중립성 규제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우려를 표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는 모든 트래픽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이 있어요. 만약 망 중립성 규제가 페지된다면 인터넷 회사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트래픽을 가려내어 자사 영상을 팔려고 할 테고, 기업뿐만이 아니라 독재 정부는 시민이 특정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통제하게 될 거예요. 구글, 페이스북, 광고 네트워크 등 우리의 데이터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방침을 마련해야 해요. 인터넷을 바로잡고 통제하려면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인터넷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거예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 책은 문제 해결이 우리 손에 달려있음을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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