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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어릴 적부터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는 늙고 추악한 할머니의 모습이었어요.
똑같은 마법을 사용하는데 왜 여자는 무시무시한 마녀가 되고, 남자는 신비로운 마법사가 되는 건지 그게 늘 이상했어요.
물론 지금은 마녀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오랫동안 전해져 온 마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끔찍한 것 같아요.
<마녀>는 마녀사냥이라는 여성 차별과 혐오의 역사로부터 현대 페미니즘까지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우리가 마녀사냥을 직시하는 않는 것은 그 역사가 우리 세계에 대해 잔혹하고 절망적인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역사에 등장하는 마녀사냥과 마녀재판이 그저 과거의 원시적인 폭력, 학살이라는 단편적 사건으로만 여긴다면 대단한 착각이라는 거죠. 여성혐오자들은 여전히 마녀의 이미지에 강박적 태도를 보이며 여성들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어요. 저자는 역사적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이 가공된 방식에 대해 탐색하고 있어요. 우선 여성들의 독립 의지를 꺾으려는 공격이 있었고, 마법으로 고발당한 여성들 중 독신녀와 미방인, 즉 한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은 모든 여성을 소외시키고 차별했어요. 여성이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아이를 원치 않는 여성은 비정하고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어요.
평범한 여성들조차 과거 여성들에게 강요했던 출산과 육아, 모성애에 대한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유독 여성만 인간 자체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마녀사냥은 끝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1893년에 저술한 《여성, 교회 그리고 국가》에서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미국의 마틸다 조슬린 게이지(1826~1898)은
다음과 같이 마녀사냥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을 내비쳤어요.
"'마녀들'을 '여성들'이라고 읽는다면 교회가 인류의 일부에 자행한 잔인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38-39p)
페미니즘 물결은 여성의 자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마녀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어요.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또는 'WITCH (지옥에서 온 국제테러음모여성회'는 1968년 핼러윈데이 뉴욕에서 두건이 달린 까만 망토를 걸치고 월스트리트를 행진했는데, 이들이 현대적 마녀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들은 경찰이 저지른 인종차별적 살인에 저항하는 흑인민권운동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에 참여하고 도널드 트럼프에게 저주를 걸며, 백인우월주의에 대항하거나 낙태 권리 재검토에 반대하고 싸우고 있어요.
"굳이 WITCH 에 가입하지 않는다 해도
당신이 여성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용기가 있다면
당신은 마녀다."
- WITCH 선언문 중에서 1968년 뉴욕 (8-9p)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뒤집는 일은 인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자는 마녀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편견들을 확인시켜줬고, 더 나은 인류를 위한 도전으로서 마녀들의 활동을 보여줬어요. 진짜 살아 있는 마녀로서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할 당위성을 알려줬네요. 이제 마녀는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저항자로서 인식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