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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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는 중세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범죄와 스캔들과 결투 재판의 기록이라고 해요.

저자는 중세의 문서를 읽다가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 사건을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실존하는 모든 사료들의 기록을 수집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해요.

6백여 년 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 눈앞에 펼쳐진 최후의 결투는 한 편의 영화였어요. 다 읽고 나서야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지난 달에 개봉되었다니 영화로 완성된 최후의 결투도 챙겨봐야겠네요.

1386년 크리스마스가 며칠 지난 추운 아침에 두 명의 기사가 목숨을 건 결투를 앞두고 있어요. 몇 천 명이나 되는 군중은 이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공터를 가득 채웠고, 장방형 결투장은 무장한 위병들이 에워싸고 있어요. 열여덟 살의 프랑스 국왕 샤를 6세는 신하들과 함께 호화로운 관람대에서 지켜보고 있어요.

최후의 결투 주인공은 바로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예요.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은 사이였고 카루주는 아내인 잔이 아들을 낳자 자크에게 아들의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카루주와 르그리는 피에르 백작의 종기사가 되었는데 르그리가 백작의 총애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자 조금씩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어요.

장 드 카루주는 아내인 잔과 아들을 전염병으로 잃은 직후 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좋은 가문의 여성과 재혼을 했어요. 그녀가 바로 노르만 귀족 가문의 외동딸 마르그리트였어요. 거의 모든 기록에서 마르그리트는 젊고 굉장히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트로이 전쟁에는 아름다운 왕비 헬레나가 있듯이, 여기 최후의 결투에는 아름다운 마르그리트가 있어요. 다른점이 있다면 사랑과 강간의 차이랄까. 헬레나는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의 도피를 했지만 마르그리트는 자크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사실을 남편에게 고백하며 복수해달라고 청했다는 거예요. 

중세 프랑스의 경우 강간 피해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남편이나 아버지, 남성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범인을 고소할 수도 없고, 그 사실을 밝혀 봤자 얻는 건 수치와 불명예라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대요. 비열한 자크 르그리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뻔뻔하게 침묵을 강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회적 배경이 있었어요. 

만약 카루주가 배신자 르그리에 대한 불신이 없었다면 아내의 고백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카루주는 선뜻 행동에 나설 수 없었으니, 그 이유는 르그리가 피에르 백작의 실세였기 때문이에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폭력배가 르그리의 정체였어요.

파리 고등법원이 허가한 최후의 결투 재판은 세 사람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사건이었어요.

범죄자의 처벌이냐, 억울한 피해자의 화형이냐. 14세기 말까지도 프랑스법에는 고대 관습이 남아 있어서, 그녀가 강간 사건에 위증을 한 것이 입증되면 산 채로 화형에 처해진다고 해요. 과연 결투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세상은 바뀌었는데 결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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