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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항암녀의 속·엣·말 - 때로는 상처, 가끔은 용기
이경미 지음 / 예미 / 2021년 10월
평점 :
몸이 아프다는 건 감춰야 할 약점이나 실수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 같아요. 너무나 아플 때는 자신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라서 누군가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으니까요.
<씩씩한 항암녀의 속.엣.말>은 그 아픔과 상처, 용기에 관한 고백이에요.
2017년의 봄, 뭔가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저자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하필 내가 왜?'라는 원망은 없었다고 해요.
오히려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는 게 더 급해서 주저앉을 겨를이 없었나봐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직장을 다니며 가장 노릇을 했으니 이미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가 더 중요했던 거예요. 수술할 병원을 결정하고, 수술 후에 항암 치료를 하면서 스스로 돌보지 않았던 '나'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저자가 들려주는 '나와의 대화'이며, 스스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I don't care."였어요. 어린 시절에 꽃고무신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수술을 받기 전에 소장용으로 누드사진을 찍은 일이며, 얼마 전 배우기 시작했다는 라틴댄스에 대한 느낌까지 행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아이돈케어' 정신이 저자의 삶을 조금 더 명료하게, 주체적으로 만들어줬다고 해요.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아이돈케어' 정신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확신인 것 같아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저서《당신이 옳다》에서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따.
나는 이 질문이야말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물으며 내 마음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마음이 어때?'
내 기분이 어떤지 알고, 느껴지는 기분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 당연히 건강하게 완치 판정을 받을 줄 알았는데, 3년 정기검진 과정에서 전이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말았다.
... 암은 고치면 되고, 다시 잘 살면 되고, 괜찮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꼭 그렇게 뒤통수를 된통 얻어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 걱정이 불안이 되고 불안이 일상을 갉아먹었다.
... 고맙게도 우리 아이들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살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고 한다.
엄마인 내가 마음의 동요 없이 일상의 평온함을 유지해야만,
우리 가족의 일상이 깨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105-108p)
덤덤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지만 그 안에는 폭풍이 몰아쳤을 거라고... 감히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겪어보지 않은 아픔에 대해 어떻게 아는 척을 할 수 있겠어요.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응원했고, 그 씩씩함이 멋져 보였어요.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지만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삶의 시련 앞에 완벽한 극복이란 없겠지만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용기는 극복을 위한 힘이었네요.
또한 말을 업으로 하는 저자 덕분에 슬기로운 말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남 탓 하기 전에 자신의 말버릇부터 점검하고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