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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 참 다른 우리의 남다른 죽음 이야기
정재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슬퍼하는 것과 슬프지만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달랐다." (36p)
K 장남, K 장녀, K 며느리... 요즘은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인만의 특징들이 부각되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겼으나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를 억압하고 짓눌러 왔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이 책은 86년생 소띠 며느리가 39년생 토끼띠 홀시아버지와 함께한 2019년 12월 30일부터 2020년 6월 6일까지의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를 모시고 입원 수속부터 수술 및 퇴원, 집에서 케어하다가 다시 응급수술을 하게 되면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 대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며느리의 상황들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이해할 수 없는 건 시아버지의 자식이 남편 하나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두 명의 누나와 한 명의 여동생, 그 중 여동생은 캐나다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누나들은 왜 물러나 있는 건지, 어째서 시아버지의 병간호가 며느리의 몫이 된 건지 모르겠어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 한 명당 보호자 한 명이 상주 가능한데 교대를 할 수 없어서 응급실에서 10시간을 포카리스웨트 두 캔으로 버텼다는 내용을 보면서 제가 더 울컥했네요. 사실 병원이라는 곳이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이미 괴롭고 힘든 곳인데, 어디에 의지할 곳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보호자 입장이라면 누구라도 주저앉아 울고 싶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솔직함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아픈 환자만큼이나 곁에서 간병하는 사람도 힘들고 지친다는 걸, 그걸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거침없이 타인의 가슴을 찔러대는 몰지각한 이들이 존재하죠. 아마 저자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 같아요.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쓰여서는 안 되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94p)
혹시나 이 책을 며느리의 하소연으로 오해할까봐, 그건 절대 아니라고 밝히고 싶네요. 이토록 현실적인 조언과 솔직한 심정을 들려준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연로한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그 자식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겪게 될 이별의 과정이기에 앞서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로서 받아들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만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에서 자식된 도리를 넘어선 희생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일반적이고 당연한 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조용히 책 제목을 되뇌이며 공감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