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미술관
iAn 지음 / 북치는마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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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는 태생부터 허세였다고요?

저자는 미술관과 미술사학의 탄생이 국가나 개인이 가진 수집품을 과시하고자 하는 허세에 의한 욕망의 발현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동기라고 생각해요. 뼛속까지 예술적인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겐 관련된 지식이 본인의 수준을 뽐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미술을 비롯한 예술 분야의 책을 고를 때는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를 따르지만 약간의 허세가 섞여 있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네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건 문제일 수 있지만 좀 아는 그림이야기로 허세를 부릴 수 있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솔직히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진 않지만 깊이 알수록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아요.

저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문화예술경영 석사를 받았고 몇 년간 프라도 미술관 가이드 일을 했으며, 이후 10년 이상 미술교육과 미술관 해설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 채널 '허세미술관'과 미술카페 '라디오스케치'를 운영 중이라고 해요. 간단하고 별 것 아닌 그림 상식으로 좀 아는 척하는 팁이 구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라고 하네요.

이 책은 미술사의 숨겨진 허세이야기를 시대별로 풀어내고 있어요. 종교미술 아는 척하기, 중세와 르네상스 편견 깨기, 르네상스 아는 척 하기, 위대한 화가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 르네상스와 바로크 쉽게 구별하기, 미술사의 중요한 사조의 탄생과 배경 그리고 기존의 해석을 깨는 새로운 접근법, 마네와 모네 구별하기, 클림트 vs 에곤 실레, 마티스 vs 피카소, 어쩌다 요지경이 된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면서 현대미술 관람에서 바보 되지 않는 감상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특히 허세를 부리기 위한 팁을 따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미술사에 관한 지식을 각 시대별 사조와 화가로 나누어 핵심 키워드, 해시태그로 표현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쏙쏙 기억이 되네요. 


◆ 중세 르네상스 구별 허세 KEYWORD


중세 미술 : #신 중심  #못생겼다  # 못그렸다  #무표정  #평면적  #황금  #템페라

르네상스 :  #인간 중심  #예쁘다  #잘그렸다  #입체적  #유화  

   (69p)


미술사의 여러 사조들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인상주의 화파예요. 저자는 인상주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한순간의 인상만 그리는 얼간이들이 만든 화파'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 인상주의라는 말을 탄생시킨 결정적인 인물은 클로드 모네예요. 모네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를 본 르루아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고 해요.

"인상? 확실해. 내가 인상을 받았으니.

그 안에 틀림없이 인상이 들어 있을 거라 혼자 생각했지.

그림 참 쉽게 그리네. 벽지 문양을 위한 초벌 드로잉이 

차라리 이 바다 풍경보다는 완성도가 더 높을 거야."  (299p)

당사자에겐 모욕적인 평가였고, 당연히 모네도 처음엔 이 글을 읽고 분노했지만 친구 르누아르가 르루아의 조롱 섞인 '인상이 있다'는 표현을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인상주의'라는 이름으로 적극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인상주의'는 미술 역사에 길이 남는 사조가 된 거죠. 실제로 미술사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화가들에 대한 반응이 멸시와 조롱에서 감탄과 찬사로 뒤바뀐 경우가 있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처럼 말이죠.

암튼 누가 뭐래도 그냥 순수하게 제 마음을 힐링해주는 작품은 모네의 그림이라서 책 속에 담긴 그림으로 감상하곤 했는데 근래에 멋진 명화집이 나와서 행복하네요. 예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고, 그 예술은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자는 위트를 섞어 허세라고 표현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에요. 마지막 팁은 편견 없이 자신의 눈을 믿고 있는 그대로 작품을 바라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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