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누리 교수님의 전작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작년 3월에 읽었어요. 머리를 강타하듯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책에서는 한국 교육의 민낯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 내용을 담아낸 책이에요.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모은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이 칼럼집을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7년의 기간 동안 한국 사회를 탐험한 기록들이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근간이 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눈 뜨고도 보지 못했던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분노와 환멸이 밀려오면서 희망은 사라진 듯이 보일 테니까요. 저자는 함부로 쉬이 희망을 말해서도 안 되지만 결코 절망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다함께 환멸의 시대를 지나야 하기에,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맞아야 할 백신이 아닐까 싶어요. 

책 제목에 '절망'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사용된 것은 칼럼을 쓴 시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납득할 수 있을 거예요.

2014년 '윤 일병 사건'을 보면 잔혹한 폭력을 가한 이 병장뿐 아니라 방조하거나 동조했던 동료 병사들의 태도가 더욱 끔찍해요. 이들이 윤 일병에게 보인 방관의 태도가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에게 보인 태도와 다르지 않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예외가 아닌 보편이었기에 비극은 예정된 결과였어요. 문제의 본질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채 방관자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에요. 시민들이 주권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민주공화국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듯이, 일상의 폭력 앞에 방관한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2016년 11월 26일은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날이에요. 저자는 200만 촛불의 명령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체제 교체'이며, 네 개의 구체제를 변혁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정치 영역의 '수구-보수 과두 지배체제', 경제 영역의 '재벌 독재 체제', 사회 영역의 '권위주의 체제',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체제'라는 네 개의 체제가 우리나라를 '헬조선','절망사회'로 만든 주범이라는 거예요. 이제는 광장 민주주의의 저력을 삶의 현장으로 옮겨 현장 민주주의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요.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얼마나 민주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해요.

2018년은 미투(Me Too)운동이 거세게 불었던 시기로 왜곡된 성문화와 이중적 성도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단 성교육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전반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어요. 저자는 독일 교육의 사례를 통해 학교가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인간적 품성을 기르는 곳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독일에서는 지식 교육 못지않게 성교육, 정치교육, 생태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해요. 성교육은 강한 자아를 길러주는 인성 교육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중시된다고 해요. 정치 교육은 타인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과 사회적 정의를 길러주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생태 교육은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와 미래의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준다고 해요. 만약 한국 교육이 하루라도 빨리 교육혁명을 이뤘다면 그동안 수없이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들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은 왜 사법개혁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언론사의 행태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검찰의 악의적 기소권 남용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대의민주주의 실천을 위해서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는 현명한 유권자라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그 기준을 알려주고 있어요. 시기상으로는 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에겐 다가올 대선과도 직결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언제부턴가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구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그래, 환멸 속에서도 한 걸음 나가야 한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2020. 4.13)  (253p)


올해는 여전히 어려운 코로나 시국인데도 반가운 뉴스가 있었어요.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선진국이 되었어요.

10월 현재, 국제통화기금 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을 지난 7월에 비해 0.1%p 낮춰 5.9% 로 전망하면서도 우리나라는 그대로 4.3% 를 적용해 코로나 이전 경제 규모로 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어요. 국가의 위상은 올라갔고, 국가 경제성장률도 높아졌어요.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선진국 국민으로서,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스스로 성숙한 시민이 되는 길뿐. 희망도 행복처럼 명사가 아닌 동사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해야 얻을 수 있는 것, 그러니 우리에겐 희망을 실천할 의무가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