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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평점 :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명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뒤얽힌 세계사를 다룬 책이에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돈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각 시대별 그림과 함께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왠지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돈의 역사를 배우는 느낌이랄까.
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프란치젝 스물글레이비츠의 1785년 작품 <다리우스를 알현하는 스키타이인들>을 보면, 화려한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다리우스 왕 앞에 무릎을 굽히고 뭔가를 바치는 병사가 있어요. 다리우스 1세는 페르시아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며, 막대한 금과 은을 이용해 화폐를 주조했다고 해요. 인류 최초의 화폐는 리디아 금화인데, 리디아 멸망 후에는 그 화폐 기술이 페르시아 제국의 발전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전파되었어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제국 페르시아, 그 페르시아 최고의 전성기를 연 인물이 바로 다리우스 1세라고 해요. 하지만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의 신화에 가려져 인류 역사에서 외면받게 된 거예요. 돈은 권력이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요.
로마는 화폐 시스템을 운영하는 최초의 제국이었고, 정부 관리와 병사의 월급도 화폐로 지급했는데, 데나리우스는 로마에서 400년간 사용한 화폐(은화)였어요. 원래 데나리우스는 순은으로 주조되었는데, 네로 황제가 화폐 개혁을 통해 은화의 순도를 떨어뜨렸고, 이에 성난 민심이 네로를 황제 자리에서 쫓아냈고 이후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되면서 몰락했고 중세 암흑시대가 시작되었어요. 흑사병으로 초토화된 유럽 경제는 유럽 각지에서 채광된 은화를 중심으로 화폐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됐어요.
은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던 대항해 시대의 패권은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차지했는데, 영국과 네덜란드가 해상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고, 승리한 영국은 해상 패권을 장악하고 기축통화를 은에서 금으로 바꾸는 금본위제를 채택했어요.
책 속 그림들 가운데 명화가 아닌 동화책 삽화가 실려 있어서 의외였어요. <오즈의 마법사> 삽화(1900년)로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가 그렸어요. 미국의 동화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재미있는 동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야기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네요. 주인공 도로시는 전형적인 미국인을 상징하며 오즈 Oz 는 금의 단위 온스 Ounce 의 약자라는 것. 도로시가 여행한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준 은 구두는 은본위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은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래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둘러싼 정치 투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니 놀라웠어요.
그렇다면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을까요.
대공황 발발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영국의 금본위제, 즉 금 기축통화 시대의 종식으로 이어졌고, 자본주의의 몰락은 새로운 사상인 공산주의와 파시즘 국가의 부상이라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어요. 이렇게 성장한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승리한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를 요구하면서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가 시작된 거예요.
인류 역사에서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고, 자본주의를 꽃피우며, 종교와 정치를 넘어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권력이 되는지 그 과정이 보이네요. 그림 덕분에 세계사 속 돈의 역사를 좀더 입체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각 파트마다 나오는 '역사잡학사전'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라서 신기했어요. 마지막 그림은 북유럽 르네상스 대표화가인 피터 브뤼헐의 <바벨탑> (1563년)인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네요. 이것이 돈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어요.
"역사는 말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쌓아올린 부의 성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역사는 반복되기에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29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