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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어로 읽고 쓰고 말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일본에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대한민국 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일 한국· 조선인'이 48만 명이 존재한다.
... 일본과 대한민국의 관계가 좋을 때 '재일 한국인'은 양국의 가교라고 불리지만,
현재 양국의 관계는 최악이다.
...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측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2019년 영문판 수록) (203-204p)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재일한국인 2세인 유미리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작가의 특별한 이력 때문이에요.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으며, 이 작품으로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했을 때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은 일본인이 아니므로 일본 문학의 쾌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우익단체의 살해 협박과 출판 금지 등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것이 놀랍고 존경스러웠어요.
과거 식민지 시대도 아닌데 일본 사회는 여전히 한국인을 차별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혐오 표현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요. 이는 재일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포괄하는 사회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유미리 작가는 우에노공원 노숙자들을 보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소설의 내용은 우에노 공원의 늙은 노숙자인 가즈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평범한 노동자가 연거푸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서 홀로 외로이 남게 된 사연이 너무나 슬프고 먹먹해져요. 도쿄 우에노역 승강장에 서 있는 노인의 모습이 아른거려요.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우에노공원이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를 위해 노숙자들을 쫓아냈고 그들은 길 위에 방치되었어요. 소중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건만 생활 빈곤자, 사회적 약자인 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채 사지로 내몰렸어요. 유령처럼 떠도는 가즈, 그리고 결국에는 바닷속에 잠기듯 가라앉을 때 제발 끝이 아니길... 이것은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한 사회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가 아니었을까요.
유미리 작가는 일본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이 작품을 통해 환하게 비추고 있어요. 모두가 똑똑히 그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들의 존재를 죽음과 망각으로부터 건져 올리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