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게임
제니퍼 린 반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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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었다는 뉴스를 봤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들어낸 신기한 현상인 것 같아요. 너도 나도 궁금해서 봤다가 덜컥 게임에 빠져든 게 아닐까요.

게임은 그런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시작하기는 쉬워도 빠져나오기는 힘들다는 것. 특히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 어려울 거예요.

<상속 게임>은 462억 달러(약 55조 원) 상속이 걸린 게임이에요.

근데 뭔가 이상해요. 호손이라는 재벌이 뜬금없이 혈연 관계도 아닌, 열일곱 살 고등학생 에이버리에게 전재산을 남겼고, 그 내용이 적힌 유언장 공개를 위해 호손의 대저택에 초대한 거예요. 호손에게는 이미 두 딸과 네 명의 손자가 있는데, 왜 굳이 생판 모르는 어린 여자애한테 유산을 남긴 걸까요. 자식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까요. 당연히 자신들의 몫이라고 여겼던 돈을 눈앞에서 빼앗긴 꼴이니 꽤 충격일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리송한 점은 조건부 상속이라는 거예요. 에이버리가 호손의 저택에서 일 년간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완수해야 상속 받을 수 있어요. 도대체 호손이 에이버리에게 원한 건 무엇일까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생전에 수수께끼를 좋아했던 호손은 여러 가지 힌트를 남기고 갔네요.

이것이 바로 상속 게임의 핵심이에요. 호손이 남긴 미스터리를 밝혀라!

우와, 처음부터 색다른 전개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신기해요. 슬쩍 게임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첫 장을 넘기자마자 점점 눈과 손이 빠르게 움직이더라니까요.

여기서 잠깐, 궁금한 건 도저히 참지 못하는 분들은 아예 펼쳐보지 않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상속 게임>은 3부작 시리즈이기 때문이에요. 즉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보더라도 결말은 아직 알 수 없어요. 다만 일일연속극의 마지막 장면처럼 엄청난 미끼를 던지네요. 띠로리~ 뭐야, 그 사람이 설마!  결정적 단서만 남기고 1권 끝.

정말 놀라운 건 단순히 미스터리 요소만 있는 게 아니라 묘한 로맨스가 뒤섞여 있다는 거예요. 앞서 언급했던 에이버리의 미션은 결코 만만하지 않아요. 혼자 저택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네 명의 손자와 함께 살아야 해요. 또래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에이버리는 도둑 같은 존재일 테니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어요. 팽팽하고 섬뜩한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뭔가 설레는, 요상한 혼종의 감정들이 딱 십대의 주인공을 묘사한 것 같아서 몰입된 것 같아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는 완전 F4 가 떠오르는(이 표현을 알아듣는다면 당신은 X 세대) 등장인물들이라서 저절로 영상이 그려진다는 거예요. 역시 이심전심이라고,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네요. 2021년 9월 현재 아마존 YA 소설 New Experience 부문에서 <상속 게임> 시리즈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해요. 충분히 그럴 만한 작품인 것 같아요. 게임의 속성, 즉 재미와 긴장감을 고루 갖춘 이야기인 데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제 마음 속에는 '상속 게임'이 진행 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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