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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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면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바로 사랑의 힘이겠지요.

여기 그 간절하고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다만 그 대상이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작가 제인 오스틴과 작품들이 그 대상이기 때문이에요.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는 영국의 작은 마을 초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1932년 6월부터 1947년 3월까지, 작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여덟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를 결성하게 되는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사랑한다는 그 마음일 거예요. 

인구 377명의 작은 마을 초턴에는 제인 오스틴이 작품 집필을 하던 집이 있어요. 초턴에서 평생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그저 낡은 저택일 뿐인데,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죠. 처음에 애덤 버윅과 메리 앤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살짝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제인 오스틴 소설도 꼭 읽어보세요. 꼭 읽어보셔야 해요. 

다른 데도 아니고 이 마을에 살면서 어떻게 제인 오스틴 소설 한번 안 읽어보셨어요?"

감성적인 설득에 익숙지 않은 남자는 이제 그만 방향을 돌려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부디 약속해주세요. 성함이......"

"애덤이요. 제 이름은 애덤입니다."

"메리 앤이에요." 여자가 작별 인사 겸 남자에게 악수의 손을 뻗으며 대답했다.

"일단 《오만과 편견》으로 시작하시고, 그다음엔 《에마》를 읽어보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남 일에 과감하게 나서길 좋아하면서 정작 

본인 일엔 눈치가 없는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제발 한번 읽어보시면 안 될까요?"  (17-18p)


동네 청년 애덤 버윅, 의사 그레이 박사, 교사 애덜린 루이스(애덜린 그로버), 십대 소녀 에비 스톤, 그레이트 하우스의 주인 프랜시스 나이트, 변호사 앤드류 포레스터 그리고 미국 여배우 미미 해리슨(메리 앤)과 야들리 싱클레어까지 모두 여덟 명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원년 멤버예요. 그들은 100년 전 작가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초턴 마을에서 각자의 인생을 사는 듯 보이지만 제인 오스틴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돼요. 솔직히 초턴 마을 사람들은 꽉 막혀 있어요. 마치 초턴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포기하거나 외면한 채 살고 있어요. 어쩌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그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게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이 새로운 소설의 모티브가 되어, 지금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그러니 어떻게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실제로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사람은 1940년 도로시 다넬이고, 이후 1948년 토머스 에드워드 카펜터가 관리인의 별채를 국가에 기증하면서 제인 오스틴의 박물관 설립이 가능해졌다고 해요. 초턴 하우스라는 공간 이외에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사건들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 기반한 허구라고 하네요.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해야겠네요.



"누구나 슬픔을 안고 살아가. 다들 그래. 오스틴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거야. 

작품 집필 당시 그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지.

그래서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아닌가 싶어."  (164-165p)


"슬프지만 어느 누구도 당신의 상실을 이해해줄 순 없어요. 

그건 당신 몫이라서 오직 당신에게만 영향을 주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당사자인 당신은 이해해야 해요.

당신만큼은 그 사건이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나아갈 수 있어요. 그래야 살 수 있고요."  (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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