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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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흑역사>는 인류 과학사에서 벌어진 실수와 실패를 담은 책이에요.

왜 하필이면 성공한 업적이 아닌 흑역사를 들춰냈을까요.

저자 양젠예는 물리학자로서 과학이야말로 실패 없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분야임을 확신했기에 이 책을 펴냈다고 해요. 처음엔 흑역사, 삽질의 기록들이란 표현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진짜 내용은 반전의 발견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에서 이야기하는 개인의 흑역사는 가장 찌질했던 혹은 엄청 후회하는 인생의 한 장면이라면, 과학자들의 흑역사는 실수와 실패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연구 과정이라는 점에서 과학사의 결정적 장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스물여섯 명 과학자들의 흑역사를 집중 탐구하고 있어요. 

그동안 과학사를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과학자들의 실수에 초점을 맞춘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새삼스럽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떠올리게 하네요.

인류 역사에서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들이 어떠한 실수를 저절렀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네요.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로 나뉘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각 분야의 놀라운 업적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 제시한 우주 모형은 "우주는 정적이다(변화하지 않는다)"라는 전통적인 방식의 믿음과는 부합하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었어요. 무한한 공간에 무한히 많은 항성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공간 중 어느 곳이든 항상 밝아야 하며 어둠이 존재할 수 없는데,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은 어둡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는 거죠. 이를 지적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붙여서, '올베르스의 역설'이 받아들여지면서 뉴턴은 결국 우주는 무한하지만 유한한 수의 항성이 유한한 공간 안에 분포해 있는 상태라고 결론을 내리게 돼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우주론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했지만 몇 가지 설명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어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유한하면 곧 끝이 있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모순점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해결했어요. 아인슈타인의 인력 이론에서 볼 때 우주란 "유한하지만 끝이 없는 공간"이었던 거죠. 그러나 아인슈타인 역시 인력 개념만으로 우주가 수축해 한 덩어리로 뭉치게 된다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변함없이 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맨처음 자신이 발견하고 주장했던 이론에 반하는 우주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넣은 방정식을 제시했는데, 사실 우주항의 도입은 불필요한 것으로 실수였다는 것이 수학자 프리드만에 의해서 밝혀졌어요. 프리드만은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증명하고 우주가 팽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사에 위대한 발견을 했고, 결국 아인슈타인도 우주 상수 Λ를 도입한 것이 가장 멍청한 실수였다고 인정했어요.

호킹은 최고의 우주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로서, "블랙홀은 검지 않다"라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초기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크게 끌어올린 인물이에요. 놀라운 점은 블랙홀 개념이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에요. 호킹은 대학원생인 베켄슈타인이 쓴 논문에서 블랙홀 경계의 면적이 블랙홀의 엔트로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 면적이 블랙홀의 엔트로피량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반박했지만 나중에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함으로써 과학사에 빛나는 발견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러나 호킹은 우주의 새로운 팽창 이론을 발견한 스타인하트의 공로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헐뜯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스타인하트는 직업적인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당했는데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는 몹시 실망스러운 부분이에요.

사실 과학사를 살펴보면 과학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다툼이 꽤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과학적 연구에서 실수와 실패는 필연적인 과정이라서 전혀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명백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건 과학자답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인류의 진화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통해 가능했고, 인간은 실수하며 배우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네요. 마지막으로 우주에 관한 놀라운 이론들은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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