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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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읽는 <인간 실격>입니다.

책은, 마치 뜻밖의 인연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보통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독 이 책은 자꾸 끌립니다, 아니 저를 끌어 당깁니다.

제목만큼 강렬한 뭔가가 제 내면을 콕콕 찔러대는데 그걸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도 안 변했기 때문에...


처음엔 불행한 한 남자가 보였습니다.

그 다음엔 허탈한 웃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딱 한 가지 진리라고 여기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나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부쩍 늘어서, 사람들은

내가 마흔이 넘은 줄로 압니다."   (132p)


주인공 요조가 괴짜라는 건 인정합니다.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난해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광대 짓을 한다는 건, 인간의 흉내를 내려는 노력 같아서 나쁘게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면을 쓸 때가 있습니다. 오직 본인만이 아는 가면.

만약 요조의 고백이 없었더라면 우리 역시 그가 타인을 속인다는 걸 전혀 몰랐을 겁니다. 그저 부잣집 도련님의 철없는 행동들로 치부했을 것 같습니다.

십 년 전, 요조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면서 그들과 어울리더니, 갑자기 툭 실이 끊어진 연처럼 추락하는 모습은 폐인 그 자체였습니다. 도대체 왜... 아니, 요조에겐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합니다. 서문과 후기에 등장하는 '나'는 마담으로부터 요조가 남긴 세 권의 노트와 석 장의 사진을 받게 됩니다. 소설의 소재로 쓰라고 준 것입니다. 마담과 '나'는 요조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요조를 다르게 판단하리라 예상됩니다. 중요한 건 요조가 아닙니다. 바로 요조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흰머리 때문에 스물일곱의 청년을 사십대 아저씨로 여기는 사람들처럼 진짜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건 본인뿐입니다. 

<인간 실격>은 인간답게 살고자 발버둥쳤던 작가의 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1948년, <인간 실격>을 완성한 뒤 다자이 오자무는 강물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둔 6월 13일, 그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착한 아이로 남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결국 모든 건 다 지나가리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마지막 선택을 했던 건 요조를 위한 결말이었는지도...  다자이 오사무는 떠났지만 우리에겐 요조가 남아 있습니다. 요조는 행복도 불행도 없이 그저 모든 게 다 지나간다고 했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깁니다. 그래서 아직 더 읽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 나도 요전에야 다 읽어보고..."

"울었나요?"

"아니, 울었다기보다... 틀린 거지. 사람이 그 지경이 됐으면 틀렸다고 봐야지."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르겠네요. 

... 만약 이게 다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친구였다면 

나도 정신병원에 넣고 싶었을 거예요."

"그 사람 아버지가 나빴지."

마담이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가 빨랐어.

술만 안 마셔도,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착한 아이였지."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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