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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친구,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 ㅣ 인문여행 시리즈 16
정철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9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들은 정말 많이 출간된 것 같아요.
그만큼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화가라는 증거일 거예요.
이 책은 빈센트의 생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직접적인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것은 바로 '반 고흐 유적 탐방'이에요. 저자는 빈센트가 태어난 네덜란드 쥔더르트에서 시작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네덜란드의 각 지역, 직장 생활을 했던 영국 런던, 선교사 생활을 했던 벨기에 보리나주 지방의 탄광촌,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선택한 시기의 파리 몽마르트르와 남프랑스의 아를, 그리고 정신병원이 있던 생 레미 드 프로방스,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머물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그가 머물렀던 거의 모든 곳을 따라 가고 있어요.
솔직히 가장 놀라웠던 건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까지 빈센트 유적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는 거예요. 1853년 3월 30일에 태어난 무명의 화가는 사후에 더욱 유명해진 덕분에 그가 지나간 거의 모든 곳에는 최소한 청동 부조가 건물 벽에 붙어있고, 조각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고 하네요. 이미 사라진 건물도 있지만 그의 생애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들이 남아 있어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빈센트가 살았던 시간들이 장소, 공간을 통해 다시금 생생하게 재현되는 느낌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를 시기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서 거의 완벽한 전기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또한 각 시기마다 테오와 빈센트가 주고 받은 편지 내용들이 나와 있어서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짐작하게 하네요. 인간 빈센트를 이해하고 나서 작품을 바라보니 감동이 더 큰 것 같아요.
빈센트의 작품들을 초기작부터 마지막까지 쭉 하나의 흐름으로 감상하다 보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는 타고난 천재라기보다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전부였기에 온힘을 다해 노력했던 화가라고 볼 수 있어요. 주변에서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고, 빨강머리 미친놈으로 부를 정도로 불안정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는 외로운 인간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살아서는 사랑받지 못했던 불행한 화가는 죽고나서야 비로소 세계적인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었으니, 인생은 아이러니예요.
저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굉장히 잘 이끌어주고 있어요.
마치 처음인 것처럼 빈센트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빈센트와 관련된 정보들을 '취재 노트' 코너로 정리한 부분과 각 작품들을 설명한 내용이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빈센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탐방 코스를 알려줘서 색다른 유럽 여행을 위한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네덜란드 쥔더르트에는 빈센트 아버지가 사역하던 교회 앞에 오십 자킨이 조각한 청동 조각상이 있다고 해요. 빈센트와 테오의 따뜻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이 조각상 아래에는 빈센트가 테오에게 쓴 마지막 편지의 한 구절이 적혀 있는데, 자기 가슴에 권총 방아쇠를 당길 때 가슴에 품고 부치지 않았던 편지라고 하네요. 어쩐지 그 마지막 말이 우리가 빈센트의 작품에 감동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담아낸 화가의 그림을 보며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평온함을 간직하며 살 수 있어요.
"나를 통해서 너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그림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평온함을 간직하고 있지." (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