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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 드레이크, 다시 시작하다
린다 홈스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다시 시작하기 좋을 때는 언제일까요.
사람들이 그 답을 알았다면 그토록 고민하거나 방황하지 않았겠죠.
대부분 남의 문제는 쉽게 답이 보이는데 유독 자기 문제 앞에서 깜깜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 소설은 그 궁금증을 특별하게 해결해주네요.
주인공 에비 드레이크는 족쇄 같은 삶에서 벗어나려는 찰나 덫에 갇혀버렸어요.
끔찍한 남편 곁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에비는 차에 올라탔고, 뒤이어 휴대전화가 울렸어요. 남편이 차 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연락이었어요. 남편의 죽음으로 에비는 지긋지긋한 그 집에서 계속 살게 됐어요. 절망한 에비에게 친구 앤디가 세입자를 소개해줬어요. 그는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난 투수 딘이었어요.
두 사람은 한 가지 약속을 하고 한집 생활을 시작했어요. 서로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에 대해 묻지 않기.
둘다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어요. 낯선 사람들도 극한 상황에서는 동질감이 생긴다더니, 한집에서 동거하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네요. 나보다 더 불쌍한 존재의 등장으로 본인의 처지를 잠시 잊는 효과라고 할까. 그저 지켜볼 뿐이지만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거예요. 또한 스스로에게도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에디는 딘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떠올리게 됐어요.
그동안 에비가 살아온 삶은 '나'라는 존재가 없었어요. 오직 남편을 위해 전전긍긍 살았던 거죠. 이제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남은 건 그녀의 선택뿐이에요.
에비와 딘의 관계를 보면서 문득 사강의 말이 떠올랐어요. 이해한다는 것은 눈감아주는 것,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않는 것.
묵묵히 기다려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시간이 있었기에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오직 한 사람에게만 뭐든 이야기하고 싶은 상태가 된다면 그건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예요. 그러니까 아직 말하기 어렵다면, 숨기고 싶은 비밀이 남아 있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를 찾는다면 희망은 있어요.
에비를 보면서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배운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