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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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연구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알 수도 없고, 관심 밖의 영역이에요.

하지만 우리집에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은 그냥 넘길 수가 없죠. 계속 빨리느냐, 아니면 제거하느냐 기로에 서 있으니까요.

평소에는 거의 못 느끼고 살다가 불현듯 동거하는 생물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이 있어요. 생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 인간이 여러 생물들 속에 공존하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예요. 과연 우리 주변에는 어떤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은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기한 생물 탐사기예요.

저자는 생물학자는 아니지만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입담으로 생물학 지식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호기심까지 곁들여 흥미진진한 생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에는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인 소나무, 철쭉, 고양이, 황조롱이, 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강제 동거 중인 빨간집모기, 애집개미, 집먼지진드기, 지의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든 세계의 주인공인 곰팡이, 아메바, 미구균, 코로나바이러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 모기들은 건물에 연결된 하수구와 배수관을 이용하는 일이 잦다고 해요. 아파트 같은 커다란 건물에는 그에 걸맞은 커다란 하수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거기에 모기들이 알을 낳아 물속에서 장구벌레가 자라날 수 있어요. 본래 장구벌레는 미꾸라지나 송사리 같은 물고기들의 식사거리였는데 외부 환경과 차단된 하수 시설이 오히려 장구벌레를 위한 수족관 기능을 하여 겨울 내내 모기가 번성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 한번 건물 안으로 들어온 모기가 배수관, 계단, 엘리베이터를 따라 점차 더 높은 곳으로 퍼져 나가 아파트 고층에서도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이 생기는 거죠. 

사람의 몸을 물고 피를 빨아대는 모기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곤충일까요. 일부 학자들은 모기를 전멸시키자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모기의 몸속 성분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해요. 피가 굳지 않도록 모기가 뿜는 물질로는 아노펠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물질은 사람 핏속에 있는 트롬빈이라는 물질에 의해 피가 굳는 화학반응을 방해한다고 해요. 아노펠린의 원리를 정확하게 밝혀내어 피가 굳지 않도록 만드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면 혈전을 방지하는 약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아노펠린은 고대 그리스어로 '쓸모없는 물질'이라는 뜻이라는데, 만약 연구가 성공한다면 정반대로 인류에게 유용한 곤충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 아파트에 분명히 살고 있을 것 같은 생물로는 세균, 곰팡이를 들 수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세균으로 뒤덮여 있다는 걸 의식하면 못 살 것 같아요. 사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균들은 우리의 피부 표면이나 몸속에 사는 세균처럼 그냥 사람과 함께 별탈 없이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들은 각별한 관리를 해야 해요. 만약 식재료인 고기가 상했다면 그 원인에 미구균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미구균은 실내 공기 중에 떠다니기도 하고, 사람 피부에 붙어서 살기도 하고, 음식물에 붙기도 해서 지금도 계속 집집마다 퍼져 나간다고 하네요. 심지어 지구 바깥의 우주로 진출한 미구균도 있다고 하네요. 

아파트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생물과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아파트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 변화할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더 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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