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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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피해자의 죽음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어요.

시신 옆에는 살인자가 남긴 쪽지가 놓여 있어요.

"지옥은 비었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 고딕 문학 작가인 R.M. 홀랜드의 단편 공포 소설 「낯선 사람」속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낯선 자의 일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가상의 작가와 작품이에요. 소설 속 소설.

원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템페스트」에 나오는 문장인데, 홀랜드가 자신의 소설에서 인용한 거예요. 

"지옥은 비었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매우 특이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요. 

세 명의 여자가 번갈아 가며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40대의 클레어와 그녀의 십대 딸 조지아 그리고 30대의 형사 하빈더.

만약 고딕 문학에 대한 이해가 있었더라면 숨겨진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깨달은 것도 있어요.

그건 바로 '이것이 고딕 문학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거예요. 「낯선 사람」을 통해서.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 한치 앞도 알 수 없어서 두렵지만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점점 조여오는 공포...

왠지 공포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유사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요. 살인자는 유령처럼 피해자와 연관된 사람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

죽은 엘라의 동료였던 클레어는 자신의 일기장에서 낯선 글씨를 발견했어요. 

작게, 모두 대문자로 쓰인 글자.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97p)

소름끼치는 사실은 엘라의 시체에 남겨진 쪽지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거예요. 이후에도 살인자는 클레어의 일기장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겼어요. 고의적인 단서 흘리기.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클레어에 대한 위협과 새로운 단서 제공.

클레어 입장에서는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릴 수밖에 없고, 경찰은 당연히 그녀의 일기장을 증거물로 압수할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하면 또 살인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모든 사람이 용의선상에 놓였어요. 궁금한 건 살인자의 정체가 아니라 살인자의 의도예요. 도대체 왜 죽였는가.

충격적인 결말 앞에 잠시 할 말을 잃었어요. 두 눈 뜨고 지켜봤으면서도 우리가 놓쳤던 것들. 

 


"괜찮으시면," 낯선 사람이 말했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싶소.

긴 여행인 데다 하늘 상태를 보아 하니 한동안은 이 칸에서 나갈 길은 없을 테니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시간 보낸들 어떻겠소?

늦은 10월 저녁에는 딱 제격이지.  (11p) (189p) (485p)


<낯선 자의 일기>의 첫 문단인 동시에 R.M. 홀랜드의 단편 공포소설 「낯선 사람」의 첫 문단이에요.

엘리 그리피스는 친절하게 세 번이나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마지막에 「낯선 사람」전문이 실려 있는데, "어쩌면 나는 완벽한 지복을 향해 가는 당신의 여행을 그저 재촉했을 뿐이라오."(499p)라는 문장에서 지복(至福)이라는 단어가 왠지 지옥(地獄)으로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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