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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태양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1년 8월
평점 :
당신에게 밤은 어떤 느낌인가요.
똑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저마다의 밤은 다를 거에요.
어릴 때는 밤을 무서워해서 여름에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자곤 했어요. 방문 너머 어둠 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오히려 지금은 고요한 밤이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밤의 태양>은 김혜정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이 책 안에는 모두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먼저 느낌부터 소개하자면, 고요한 밤과도 같은 이야기였어요.
밤에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 편안함 그리고 따스함을 주는 것 같아요.
책 날개에 적혀 있는 작가님에 관한 내용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말 못 할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 고단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제가 쓴 글이 잠시나마 위로와 평화를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푹신한 쿠션과도 같은 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표제작 <한밤의 태양>은 우리의 삶 속으로 사랑이 어떻게 운명처럼 찾아오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한국 여자와 스웨덴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삶이 놀라운 건 확률이 아닌 불확실성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는 그 불확실함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어떤 이들은 그 때문에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을지 나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부딪혀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저라면 도전할 것 같아요. 망설이다가 포기하기엔 삶이 너무 짧으니까요.
마치 작가님이 들려주는 진심 어린 이야기가 제 마음에 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와, 아름다운 밤이구나... 한밤의 태양이구나, 라고.
<달빛 아래서>도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이야기라서 아련한 여운이 남았던 것 같아요.
<블루블랙>은 의대생을 그만두고 요리사를 꿈꾸는 혜미의 이야기예요. 그녀가 의대를 그만 둔 결정적 이유는 해부 실습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괴롭고 싫은 정도가 아니라 괴이한 경험 때문이에요. 그건 해부 실습용 시체, 즉 카데바가 혜미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와서 견딜 수 없는 거예요.
사실 얼마 전에 공포 소설을 읽다가 카데바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는 완전 의외의 요소로 등장하고 있어요. 살짝 무섭지만 나쁘진 않은 카데바, 공포물의 소재가 아닌 혜미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 존재라서 특별했어요. 블루블랙 헤어칼라처럼 은근하게 끌리는 이야기였네요.
무엇보다도 아홉 가지 색다른 이야기가 주는 따스함이 가장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