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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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비가 오겠구나 짐작했는데 꾸물꾸물 몇 방울 떨어지더니 금세 그쳤어요.

뭐지, 안 오는 건가... 아예 비 생각은 잊은 채 한참 지났을까, 토독토독 작게 빗소리가 들려왔어요.

창문을 열어보니 가만가만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인 걸 보니 제법 내린 듯 한데 소리가 크지 않아 오는 줄도 몰랐네요.

그제서야 옥상에 널어둔 빨래가 떠올랐어요. 흠뻑 젖어버렸어요. 


<카데바>는 이스안 작가님의 공포 소설집이에요.

'삶과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제목을 알아 본 사람 덕분에 '카데바'가 해부용 시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전에는 몰랐던, 그러나 의미를 알자마자 마법 주문처럼 온갖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평온한 일상을 툭 건드리는 공포... 그건 마치 투명한 물컵에 까만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정도로 미약한 효과였어요. 진짜는 책을 펼쳤을 때, 종이 위에 활자들이 명확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시작됐어요.

우선 공포물 마니아라면 이스안 작가님의 기담은 약한 맛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마니아 층이 원하는 건 기상천외한 결말일 텐데, 그러기엔 어느 정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이 글에서 이미 암시되고 예견되어 서서히 들춰지는 무언가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360p)라고 밝히고 있어요. 딱 그거예요, 가랑비처럼 조금씩 스미는 공포... 

열 가지 이야기 가운데 <카데바>를 제외하면 거의 일상적인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남들은 모르는 혼자만의 버릇, 연인 사이에 둘만 아는 비밀, 이별의 후유증, 기이한 경험, 가위에 눌리는 현상, 귀신 체험, 불장난, 죄의식이 불러온 악몽, 기구한 팔자, 자살과 같은 사건들이 소재가 된 기묘한 이야기들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얼마든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공포소설이나 기담보다 현실이 더 무섭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소름 끼칠 때가 있어요. 더 나아가 그 사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는 게 가장 최악인 것 같아요.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최근 더 많아진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별장괴담회>는 유일하게 소설이 아닌 실화라는 점이 특이해요. 2017년에 작가님이 친구들과 실제로 겪은 일을 그대로 옮겨 썼다고 해요. 만약 사진까지 실렸다면 가장 섬뜩했을 이야기인데, 나머지 이야기들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논픽션이 픽션을 이기질 못했네요. 

어쩌면 기묘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불안과 공포가 자동차 사이드미러처럼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음을 일깨워주려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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