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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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동시에 뭉클할 수 있을까요.

네, 제가 그랬거든요.

프랑스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는 제 심장을 강타했어요.

몹시 아프게, 그리고 뜨겁게...

엄마와 딸의 관계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약간 진부한 내용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백설공주를 질투한 왕비가 떠올랐거든요. 


「너처럼 예쁜 아기는 내 평생 처음 봐!」

그 순간 마리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올리비에가 그녀에게 아기의 얼굴을 보여 주며 말했다.

「여보, 당신이 낳은 걸작을 좀 봐!

... 그녀는 아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더는 내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부턴 네 이야기야.>

때는 1972년 1월 15일, 마리는 스무 살이었다.  (18-19p)


도입부에서 이미 밝혔듯이, 이 이야기는 마리가 아닌 그녀의 딸 디안의 이야기예요. 

놀라운 건 모녀 관계라는 보편적인 소재가 전혀 뻔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솔직히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매우 천천히 곱씹으며 생각에 잠기는 구간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마리가 자신의 딸을 질투하는 감정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어요. 도대체 왜?  반면 디안은 백설공주마냥 예쁘고 착한 아이라서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나 점점 디안의 관점에서 엄마를 바라보니 모든 게 달라졌던 것 같아요. 조숙했던 디안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해석이 필요했고, 엄마로부터 도망치는 데 성공한 줄 알았어요. 

명백한 착각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어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의 심장은 갈가리 찢겨졌어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구렁으로 빠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디안이 심장내과 의사의 길을 선택한 건 운명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디안은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교수인 올리비아 오뷔송과 친해졌고, 그녀에게 인정받으려고 헌신적인 노력을 했어요. 거의 올리비아의 노예처럼 그녀의 강의를 대신해주고, 논문 준비까지 해줬어요. 디안의 절친 엘리자베스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요. 물론 똑똑한 디안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왜 그 관계를 지속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결국 디안은 올리비아 교수가 자신의 친딸 마리엘에게 품은 감정을 확인하면서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돼요. 정말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그 때문에 이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소설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옮긴이의 말>을 빌려 전하고 싶네요. 누구든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짙은 여운과 함께 제목을 되뇌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로부터 태어난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네요.


이 책의 제목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서 따온 것이다.

너의 심장을 쳐라? 무슨 뜻일까? 앞뒤 시구를 살펴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뮈세는 친구 에두아르 부셰에게 바친 시에서 이렇게 썼다.

<자네는 라마르틴의 시를 읽고 이마를 치더군. ...... 아, 자네 심장을 치게, 천재성은 거기 있으니.

연민, 고통, 사랑이 있는 곳도 거기라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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