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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김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위대한 유산>은 김이수 작가님의 단편집이에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작품마다 저자의 해설이 나와 있는 점이 특이했어요.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으며, 초고를 쓸 당시의 상황이나 소감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어요.
한 방향을 향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장편과는 달리 단편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굴절되고 분산되어 제각각의 색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섯 편 가운데 책 제목으로 뽑힌 <위대한 유산>은 짧고도 강렬했어요.
암 진단을 받고 병원 침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아니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는 자녀들의 이야기예요.
아버지 곁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다섯 명의 자녀들이 있어요. 주인공 '나'는 막내이자 만화가 지망생이라서, 아버지의 병원비는 형들과 누나들이 분담하고 나는 간병을 맡게 되었어요.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아버지가 물려준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일이에요. 아버지가 정확하게 알려줬더라면 이토록 애를 먹진 않았을 텐데, 아버지는 '082'만 불러줬어요. 나머지 숫자 하나를 몰라서 인출할 수 없는 돈, 그 돈으로 나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슈퍼코믹시티에 갈 계획이에요.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공중도시 '쟈렘'을 가는 것이 나의 꿈인데, 슈퍼코믹시티는 현실의 '쟈렘'인 거예요.
과연 '나'는 아버지가 남겨준 위대한 유산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창작노트에 이 작품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해요.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 곁을 지킬 때, 가상의 인물들이 모여들었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탄생했는데, 저자는 이 작품이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하네요. 특히 이 작품은 가수 겸 배우 장근석 감독이 2016년에 연출한 첫 단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네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있지만 저 역시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이에요. 얼마 전 친구의 어머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친구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무척 힘들었어요.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현실이지만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와르르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만약 저한테 부모님의 위대한 유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제 자신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주인공 '나'와 형제 자매들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막돼먹은 자식들이 있나 싶었는데, 스스로 돌아보니 더 나을 것도 없는 자식인지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네요.
불효자는 웁니다...
아버지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
잠시라도 좋으니 눈을 떠서 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가야 한다.
내가 만화에 빠진 건 아버지 고물 때문이니,
그 정도는 해 주고 가야 한다. (22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