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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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맥퀴스턴.

당신은 정말 놀라운 상상력을 가졌네요.

2020년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낼 때였는데, 이 소설에서는 완전 새로운 2020년의 세계를 보여줬어요.

음, 아마 미국인들은 제 45대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소설 속 2020년 미국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있어요. 퍼스트 패밀리는 재혼한 남편과 전 남편의 자녀들.

주인공은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예요. 귀여운 꼬마를 상상했다면 실망할지도 몰라요. 스물한 살의 대학생인데 정치인이 되겠다는 야망과 열정은 가득한데, 하는 짓은 철부지, 사고뭉치, 욕쟁이예요. 누나 준은 언론인의 꿈을 품고 있었지만 엄마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잠시 보류 중이에요. 사랑하는 남동생을 지켜주고픈 마음으로 백악관 관저에서 함께 지내고 있어요. 덕분에 알렉스와 준은 미국에서 가장 핫한 셀럽이 되어 일거수일투족이 SNS, 잡지에 올라오는 인물이 되었어요.

알렉스는 영국의 황태자 필립 왕자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갔다가 평소 앙숙이던 헨리 왕자와 말다툼을 하게 되고, 급기야 75,000달러짜리 8층 웨딩케이크를 엎어버리는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어요. 카메리 플래시가 펑! 

다음 날 기사 헤드라인에는 헨리왕자와 미국 대통령 아들이 한판 붙었다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들이 쏟아졌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알렉스는 영국으로 날아가 헨리왕자와의 가짜 우정을 선보이는 다양한 행사를 참여하다가 그만!!!

정말이지, 이야기가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제서야 작가의 이력을 다시 훑어봤고, 모든 내용들이 납득되었던 것 같아요.

어쩐지 로맨스 소설치곤 초반에 엄청 뜸을 들이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휘몰아치는 것이 허리케인 같더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네요. 궁극의 퀴어 로맨스.


<빨강, 파랑, 어쨌든 찬라>의 원제는 Red, White and Royal Blue 예요.

알렉스는 빈털터리 텍사스 홀어머니의 딸과 가난뱅이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 사이에서 태어났으니까, 레드 앤 화이트라고 볼 수 있어요.

헨리 왕자는 영국 왕실의 후손인 로얄 블루이고요. 두 사람은 대통령의 아들과 영국 왕실의 왕자라는 신분으로 이어진 인연이지만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요. 첫 만남은 서로 어긋났지만 대형 사고를 함께 친 이후의 과정들을 보면서 좀 웃음이 났어요. 둘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통해 MZ세대의 찐한 감성을 엿본 것 같아요. 특수한 상황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는 스물셋 스물하나의 청춘 이야기.

평범한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인생과 사랑을 주제로 하면 통하지 않을 게 없는 것 같아요. 역사적인 러브스토리, 진짜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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