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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평점 :
<뒷전의 주인공>은 민속학자 황루시님의 책이에요.
무속문화 속에서 살면서 정작 무속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무당을 찾아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동네에 걸린 무당집 깃발은 본 적이 있어요.
'아, 저곳이 무당집이구나.'라는 정도이지,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무당이 된 어떤 젊은이의 사연을 접하면서 궁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은 무당이 아닌, 그 무당이 주도하는 '뒷전'의 주인공들을 다루고 있어요.
뒷전이란 무엇인가, 그것부터 알아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어요.
뒷전의 사전적 의미는 '뒤쪽이 되는 부분' 또는 '차례로 볼 때 나중의 위치'이다.
우리 일상에서는 '노느라고 일은 뒷전이네'처럼 중요하지 않은 취급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뒷전은 민속용어이기도 하다. 민속에서 뒷전은 무당 굿의 맨 마지막 제차로 굿에 따라온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는
의례의 명칭이다.
사전적 정의와 관련하여 굿의 뒷전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면, 차례로 볼 때 맨 나중에 하는 굿이고 또한
하찮은 잡귀들을 상대로 하는 굿이니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당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에게 뒷전은 매우 중요하다.
뒷전을 잘못하면 그동안 한 굿이 모두 허사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18p)
무속에서 뒷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깊은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으나 저자는 전국 굿과 뒷전을 경험하면서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들도 업신여기지 않는 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네요.
뒷전이 하나의 연극처럼 구성되며, 그 내용이 민중의 한을 달래주고, 웃음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놀라운 것 같아요. 굿판을 보면 무당이 춤을 출 때 장구와 징으로 장단을 치면 그 소리가 신명을 더해 더욱 격렬한 춤사위로 바뀌는 것이 극한의 감정을 끌어내는 것 같아요.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봤을 뿐인데도 그 강렬한 분위기에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어요. 낯설어야 할 굿판이 뭔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우리 고유의 전통과 흥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책은 막연하게 안다고 여겼지만 실은 아무것도 몰랐던 굿, 그리고 뒷전 이야기를 통해 무속문화의 본질을 알려주고 있어요.
고난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 무속은 사회적 약자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신앙이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위대한 유산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는 힘. 그건 종교적 차원의 신앙이라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정신으로 봐야겠지요. 뒷전에 공을 들이는 무당의 마음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