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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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는 학원 판타지물이에요.

판타지 마니아라면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등장해요. 그건 바로 화괴(話怪), 이야기를 먹는 괴물이에요.

단발적인 기억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점이 중요해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억들을 모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요.

좋은 기억들은 추억이 되지만 괴롭고 힘든 기억들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고통받기도 해요.

화괴는 어떤 내용의 기억이든지 하나의 이야기만 된다면 그 이야기를 통째로 먹을 수 있고, 이야기를 제공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 기억들이 삭제되는 거예요.

아마 다들 한 번쯤 상상한 적이 있을 거예요. 지우고 싶은 기억들... 어릴 때는 일부러 잊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다행히 어른이 된 후에는 그 나쁜 기억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해졌고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삭제하고 싶은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안 좋은 기억이라고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 인생의 일부분이니까요. 돌이켜보면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마음 속으론 간절히 피하고 싶겠지만.

이 작품의 배경은 기숙사 고등학교예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아이들이 함께 숙식을 하며 공부하는 곳이에요. 쳇바퀴처럼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굴러가는 그곳에 화괴가 숨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아직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화괴의 정체는 비밀로 할게요. 부제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으로 짐작했듯이, 화괴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본인이 허락한 이야기만 먹어서 삭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언뜻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그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아요.

기억 삭제.  

문득 영화 <맨 인 블랙>이 떠올랐어요. 외계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비밀요원들이 막대기를 상대방의 눈에 들이밀면 불빛이 반짝 하면서 기억이 삭제되는 장면이 있어요. 그 기계처럼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서 삭제할 수 있다면 편리할 텐데, 화괴는 기억들의 합인 이야기만 먹을 수 있어서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요.

과연 친구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십 대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분명히 어른들도 그 나이 때를 거쳐 왔는데, 왜 까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혹시 화괴의 짓일까요.

처음엔 화괴의 등장에 깜짝 놀랐지만 점점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세월이와 소원이처럼. 사람이든 괴물이든 서로 마음을 여는 순간 그 관계는 달라지니까요. 궁금한 건 이야기의 맛이에요. 세월이의 이야기는 어떤 맛일까요. 에필로그를 보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아 기대되네요. 만약 2탄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어요.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는 이지북의  YA! 사이언스판타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해요.

'YA! SF'는 '영어덜트 사이언스판타지'를 뜻하며 동시에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야!'라고 소리 지르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책 뒷날개에 적혀 있어요.

우리에겐 영어덜트라는 용어가 낯설지만 북미문학계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네요. 이제 막 성년이 된 사람 혹은 청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작품을 지칭한다는데, 마음만은 영어덜트라서 저한테는 꼭 맞는 장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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