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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쌀 때 읽는 책 ㅣ 똥 쌀 때 읽는 책 1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맙소사!
책 제목을 보자마자 뜨악 했어요. 물론 3초 뒤에는 달라졌지만.
음, 누구나 볼 일은 봐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책 한 권을 더할 뿐이니 나쁠 건 없겠다는 결론.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직업적인 특성상 엉뚱하고 엉터리 같은 생각을 즐겨하다보니 낙서 같은 글들을 많이 썼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라고 하네요.
그리하여 매우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책을 책장이 아닌 화장실 변기 옆에 두라고, 친절하게 책 제목으로 일러주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라는 속내임을 알기에 저는 뒹굴뒹굴 누워서 봤네요.
큭큭큭...
박장대소할 정도는 아니어도 잔잔한 웃음이 터지는 대목들이 있네요. 현실을 꼬집는 위트가 돋보이는군요. 뒷맛은 살짝 씁쓸하지만 이미 웃어버렸네요.
저자는 짧은 이야기들을 모두 다섯 가지 주제로 묶었어요. 웃자, 가벼움, 응원, 공존, 위로.
그 가운데 응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과하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장난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적절한 격려의 말이었어요.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뜨거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건
용맹한 사자도, 재빠른 치타도
악착같은 하이에나도 아니다.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는 저 낙타다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잘 하는 것 하나쯤은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123p)
진심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응원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뭔가 말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건네면 좋을 것 같아요.
응원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인데, 그걸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에게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질색했고, 다음은 갸우뚱했는데, 점점 읽다보니 은근한 매력을 발견했어요. 유쾌한 언어유희가 주는 긍정적 효과라고 해야 될 것 같아요.
바로 웃음.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웃었네요. 여러 가지의 의미가 함축된 표현들이 센스 있어서 웃음이 났네요.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게 색다른 재미로 느껴졌고, 글로 읽는 과정이 마치 나를 위한 글처럼 다가와서 좋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나만을 위한 글은 아니지만 조용히 은밀한 장소에서 읽는다는 상황 때문에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싶어요. 왠지 이 책은 전철이나 버스에서 대놓고 읽기는 싫은, 그래서 제목대로 그 장소를 선택하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그만큼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에 읽으면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펼쳐 볼 수 있어요. 딱 비타민 C 같은 책.
비타민 C
C들C들
C니컬
C큰둥
C원찮아
C름C름
C무룩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진짜 필요한
비타민 C는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 아닐까?
멀리 보고 천천히 가라는 격려와 위로가 아닐까. (13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