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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냥꾼 -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네이선 라브.루크 바 지음, 김병화 옮김 / 에포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 사냥꾼>은 역사가 돈이 되는 특별한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희귀 문서와 역사 유물을 다루는 세계 최고의 거래회사 라브 컬렉션의 대표예요.
그는 어떻게 자신이 역사 사냥꾼이 되었는지, 은밀한 가족사와 함께 세계 최고의 역사 유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냥꾼'이라는 표현이 껄끄럽게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역사 분야에서 사냥꾼을 접목하다 보니, 도굴꾼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역사적 문서와 유물 속에서 진짜 보물을 찾아내는 역사 유물 관련 전문가예요. 저자의 라브 컬렉션이라는 회사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을 구입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며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일을 배우는 수습생 시절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맡아 독자적인 활약을 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원래 저자의 아버지는 변호사였는데 취미로 수집을 하다가 그 열정이 대단한 나머지 본업이 바뀐 경우라고 해요. 자필 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한 것이 최초의 자필 원고 가운데 하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것이었대요. 루스벨트가 친구인 뉴욕 주의회 의원 헨리 스프라그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인데, '뉴욕주/ 집행부'라는 레터헤드가 타자로 인쇄되어 있고 날짜는 1900년 1월 26일로 표기되어 있으며, 본문에는 어떤 정치 분쟁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대요.
난 서아프리카에서 전해 내려오는 어떤 속담을 항상 좋아했네.
"부드럽게 말하고 큰 몽둥이를 갖고 다녀라. 그러면 너는 멀리 갈 것이다."
내가 몽둥이를 갖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조직이 내 뒤에 서지 않았을 것이고,
팽크허스트나 비슷한 종류의 부정직한 미치광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난동을 부렸더라면
나는 열 표도 얻지 못했겠지.**
** 루스벨트는 외교에 있어 미국의 전략적 이익 보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큰 몽둥이'는 루스벨트의 외교 정책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31p)
진짜 물건을 찾아낼 때의 흥분감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물건을 직접 마주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우선 그런 물건을 찾기까지는 진위 판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놀라웠던 점은 아버지의 말씀이었어요. 신선한 눈으로 시작하라는 것. 이미 알고 있다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처음으로 리셋하여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 점이에요. 진위 검토 작업에서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따져보는 꼼꼼함 덕분에 사기꾼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희귀 문서나 역사 유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진품을 위조하는 이들도 생겼다고 해요. 얼마나 정교하게 위조했는지 속아서 거래되는 경우도 많았나봐요. 그래서 역사적 문서와 유물의 출처를 확인할 때는 누구를 신뢰할지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해요. 이러한 과정들을 알게 되니까 왜 역사 사냥꾼이라는 명칭을 붙였는지 이해가 됐어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사냥꾼인 건 맞지만 역사라는 특수 분야라서 복잡미묘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상자에서 발견한 앤드루 잭슨 편지는 토착 부족에 대한 백인 지배를 알려주는 유물인데, 이 편지 안에 토착 미국인 부족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 우리를 압도하는 점인 것 같아요. 불행한 역사를 담은 문헌이 들려주는 진실에 귀기울이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기본 자세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의 역사 사냥이라는 여정이 생각지 못했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