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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평점 :
<스카이라이트 CLARABOIA >는 주제 사라마구의 유고작이에요.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어요. 서른한 살의 청년이 출판사에 보낸 원고였는데 자그마치 36년을 묻혀 있다가 사무실 이전으로 발견된 거예요.
그제서야 출판사는 출간 제의를 했지만 주제 사라마구는 거절했고 자신의 원고를 찾아왔다고 해요. 무명의 작가가 쓴 원고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해놓고선 36년만에 출간하자는 건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사라마구는 자신의 첫 작품이 무시당한 충격과 고통 때문에 이후 20년 동안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다시 시를 쓰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소설들을 출간하면서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뒤늦게 빛을 본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측근들은 <스카이라이트>를 읽고서 출판하자고 설득했는데, 사라마구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출판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대요. 결국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한 후 2011년이 되어서야 출간된 거예요.
그동안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건 상상 이상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스카이라이트>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처음에 원고를 되찾고 출간하지 않은 건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 작품이 언제 세상에 나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주제 사라마구가 처음 썼던 작품을 유고작으로 만나게 된 건 운명이 아닐까 싶어요. 1953년에 완성된 원고가 서랍에 갇혀 있다가 2011년에 세상으로 나왔으니, 거의 60년이 걸린 거예요. 아마 이 작품을 읽고나면 그토록 긴 세월을 품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1940년대 후반의 리스본을 배경으로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모든 집이 그렇듯이 모든 영혼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편에 숨겨진 내면이 있다.
- 하울 브란당 (7p)
평범한 이웃들이라고 표현했지만 각각의 집을 들여다보면 드라마 '사랑과 전쟁' 혹은 '부부의 세계'를 떠올릴 만한 사연들이 숨겨져 있어요.
다들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저마다 가면을 쓰고 있어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는 줄어든 수입을 걱정하다가 청년 아벨을 세입자로 들이게 되고, 카르멘과 남편 에밀리우는 서로 의심하며 싸우고,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는 열아홉 살이나 된 딸 클라우디아를 아기처럼 여기고 있으며, 주스티나와 남편 카에타노는 외동딸을 잃은 뒤로는 남남처럼 지내고 있어요. 혼자 살고 있는 리디아는 돈 때문에 자신을 찾는 엄마와 돈 때문에 만나는 남자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어요. 가장 평온해 보이는 윗집의 네 여자들은 엄마와 이모, 두 딸이 살고 있는데 각자 비밀을 숨기고 있어요.
여기서 주목할 인물은 청년 아벨이에요.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힘든 일과 궁핍한 생활에 단련되어 있어요. 실베스트르는 신기하게도 아벨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고 가족처럼 대해주지만 아벨은 고마움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하면 아벨은 평범한 인생에 발목 잡히기는 싫기 때문이에요. 실베스트르가 강조하는 쓸모 있는 삶이란 아벨에겐 무의미하기 때문이에요. 마치 아벨의 생각을 증명하듯이 이웃들의 속사정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같아요. 그러나 아벨의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옆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누구의 삶과도 닮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에 공감하게 되는 건 바로 그들의 적나라한 마음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에요. 삶은 고행이라더니,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네요.
<스카이라이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다양한 삶의 군상일 뿐이에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느냐는 오직 자신의 몫인 거죠.
"유용해져라. 세뇨르 실베스트르는 항상 이 말씀만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유용해질까요?"
"그건 자네가 스스로 알아내야지.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 일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나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어. 내 조언이 자네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315-316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